▲"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현애자 위원장이 쇠사슬 노숙투쟁에 들어가며 한 말이다.
이주빈
온 몸에 쇠사슬을 감는다. 그것도 모자라 자물쇠를 철컥 채운다. 열쇠는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 쓰러지듯 털썩 도로에 앉는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왜냐고 묻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데 입술이 떼어지지 않는다. 눈물을 꾸역꾸역 서너 번 삼키고서야 말이 터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무자비한 공권력을 투입하려 한다는 정보를 듣고 있습니다. 나를 죽이지 않고서는 그들은 결코 이 선을 넘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스스로 사선을 긋고, 스스로 쇠사슬을 묶고, 말보다 눈물이 앞서는 '어린 딸의 엄마'. 현애자,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인이란 감정 없는 심각한 눈빛을 하고, 버릇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를 성경 외듯 하는 존재들이다. 그 뻔하디뻔한 정치적 언사를 한다고 해서 탓하는 이 아무도 없다.
'그렇게밖에' 하지 않았던 것이 정치한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류의 종족을 기초의원부터 대통령까지 두루두루 봐왔으니 '그러려니' 하고 먼저 체념하는 것이 '정치소비자'의 미덕이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엄마'란 이유 불문하고 '자식' 곁에 머물러야 하는 존재다. 하물며 '내 강아지 새끼(오해하지 마시라, 섬마을 어미들은 귀한 자식을 이렇게 부른다)'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세상이 두 쪽 나는 사단이 벌어져도 '아이와 함께'였다면 모든 게 이해되고, 용서된다. 아마 이건 지구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질 것이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사선을 긋고, 쇠사슬로 온몸을 칭칭 감은 채 좁은 농로 한가운데서 풍찬노숙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 도로 바닥엔 얇은 돗자리를 깔고, 열사를 피하기 위해 어른 키 높이로 볕 가리개를 쳤다. 그것이 전부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생폼' 잡길 거부하고, 어린 아이의 어미 노릇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쇠사슬로 스스로를 묶고 풍찬노숙을 하는 이유는 한 가지. "강정마을에서 경찰 병력을 철수하라"는 것이다.
그는 "7월 24일 이후 경찰병력이 강정마을에 들어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무력으로 해군기지 공사강행을 하겠다고 정부가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