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록페스티벌에서 만난 오나즈까(왼쪽)와 이와 씨 프리랜서 그래픽디자이너인 이들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콜트ㆍ콜텍 노동자들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선옥
페스티벌 둘째날인 7월 31일, 이날은 저녁 시간에 화이트 스테이지에서 그룹 '원 데이 에즈 어 라이언(One day as a Lion)'의 공연이 있는 날이다. 보컬인 잭 드 라 로차를 만나 그의 공연무대에 원정단이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침 일찍 텐트에서 나와 NGO빌리지로 향했다. 입장이 9시부터 가능해 따가운 햇볕 아래서 40분쯤 기다렸다.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젊은이 2명과 잠시 짬을 내 인터뷰를 했다.
36살 동갑내기 친구인 오나즈까와 이와씨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다. 후지록에는 3년 전부터 오기 시작해 이번이 3번째란다. 이렇게 큰 돈을 들여 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느냐 물었더니, 생활에 큰 타격은 없지만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 자신들 일도 약간 어렵다고 한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이 페스티벌의 입장료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해주었더니 깜짝 놀랐다. 이들은 마침 이날 저녁에 '원 데이 에즈 어 라이언'의 공연을 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 무대에 우리가 설 거라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뮤지션들 이야기를 하니 역시나 더 관심을 보였다. 유명 뮤지션들의 연대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었다. 이들은 나중에 우리 부스에도 찾아와 서명과 사진, 동영상 인터뷰까지 응해주었다.
헤어지면서 노동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부탁했더니,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창작자로서 공감대가 느껴진다, 열심히 싸워달라"며 주먹을 살짝 쥐어 보인다. 선하게 생긴 일본 젊은이들에게 울컥 고마움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공감대를 느낀다는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세상엔 행복하지 않은 노동만 가득세상은 무언가를 쓰는 사람만 기억하지, 그걸 만드는 사람은 기억하지 않는다. 세상에 있으면서 없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들.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면서, 그 모든 것에서 소외된 사람들. 모닝 자동차를 만드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모터쇼에 가서 선지를 뿌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화려한 모터쇼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자동차와 늘씬한 미녀들에 가려진 자신들의 존재.
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하루 14시간 넘게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 코피를 흘려가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죽을 힘을 다해 일해도 160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에 허덕이는 사람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공안기관원 같은 관리자들의 사찰을 받는 사람들. 회사에 찍힐까 봐 친구도 제대로 못 만나고, 그저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다 큰 남자 어른들.
세상은 이들을 외면하는 게 아니다. 아예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뭘 바꿔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화려한 자동차 뒤에 우리들이 있다!"고 외쳐야 했다. 자동차는 원래 저런 모양으로 불쑥 솟아난 게 아니라는 걸. 그걸 구경하는, 혹은 운전하는 당신처럼 살갗이 있고, 피가 흐르며, 밥을 먹고, 잠도 자는 구체적인 인간들이 가진 근육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