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반대 캠페인'.
민언련
그런데 최근 KBS가 공영방송 노릇도 제대로 못하면서 수신료만 엄청나게 인상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짜증이 났다. 그는 KBS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수신료를 끊기로 했다면서 한마디 툭 던졌다. "대통령 방송 수신료는 대통령이 내야지."
40대 주부 '솔바람'씨도 수신료를 끊은 사람이다. 그는 KBS에 대한 세간에 평가가 너무 나빠진데다가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한다는 말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80년대 수신료 거부운동을 경험했고, 요즘 KBS 행태와 수신료 인상 시도를 보면서 바로 그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KBS의 문제가 실제로 많이 느껴지는지 묻자 "사는 게 바빠서 텔레비전 볼 시간이 별로 없고, 솔직히 KBS가 뭐가 문제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터넷만 봐도 KBS가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이번 기회에 '텔레비전 없는 삶'도 좋을 것 같아서 텔레비전을 없애버리고 수신료를 끊어버렸다는 것. 그는 초등학교 6학년과 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다행히 텔레비전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 큰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텔레비전이 있을 때에도 꼭 필요한 것만 보게 해서 연착륙 한 셈이다.
그는 비용의 문제도 지적했다. "유선방송을 달지 않으면 공중파가 잘 나오지 않는 집들이 많다. 그래서 유선방송비와 수신료 함께 내야 한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와중에 한꺼번에 6500원으로 인상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KBS가 방송을 아주 잘 만들고 있어도 이렇게 올려주기는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례는 나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두 경우 모두 과감히 '텔레비전 없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수신료를 간단히 끊을 수 있었다. 텔레비전만 없애면 수신료를 끊을 때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한전에 전화 한통이면 되더라'고 말했다. 확인 절차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수신료를 빼주겠다고 했다는데, 아마 한전이 수신료의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인 듯했다.
TV를 버리지 않으면서 민주시민 자존심 지키는 법그런데 나처럼 쉽게 텔레비전을 버리지 못하는 조건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수소문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나처럼 아이들 때문에, 남편 때문에 또는 드라마를 즐겨보는 자기 자신 때문에 텔레비전은 없앨 수 없지만, KBS 수신료 인상을 해줄 수 없다며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결국 나는 잘 알아보고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겠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현재까지 나온 방법은 'TV수신카드' 정도다. 컴퓨터 모니터에 TV 수신카드를 달면 수신료를 내지 않고도 TV시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방송법에 수신료 부과 대상이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구'로 되어 있어서 컴퓨터 모니터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TV수신카드를 다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비용도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 집의 경우는 적어도 두 대의 '괜찮은' 모니터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수신료가 6500원으로 인상된다면 1년 수신료만 7만 8천원이니 비용에서 꼭 손해를 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