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이명박 대통령 관련 보도. "이명박 대통령 내외도 오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눴습니다. 꼬마 손님들을 직접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줬습니다. … 대통령 할아버지, 영부인 할머니는 어린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됩니다. 어린이 발을 밟지 않으려다 그만 넘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김유진
위 사례들은 KBS의 대통령 보도 가운데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앵커 멘트와 기자 리포트만 옮긴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어린이들과 뛰어 놀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학생들의 이마를 짚어보는 등의 화면이 결합되었을 때 어떤 보도가 될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 띄우기는 낯뜨겁게, 대통령 비판은 모른척KBS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정권의 '치적'을 부각하는 데도 앞장섰다.
지난해 하반기 이명박 정부가 들고 나온 이른바 '친서민정책' 원전수출,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등등에 대해 KBS는 최소한의 비판적 분석도 없는 일방적 띄워주기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좋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보도는 일일이 예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잦았다.
그 가운데 최근 사례 하나만 살펴보자. 6월 4일 한국은행은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했는데,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분기 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세계경제위기 여파가 최고조에 달한 2009년 1분기(-4.3%)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KBS는 메인뉴스 첫 꼭지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7년 만에 최고치", "깜짝 성장"을 부각했다. 다른 두 방송사가 '정정길 실장 사의 표명' 등 집권여당의 지방선거 패배 후유증을 주요하게 보도한 것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보도 태도였다.
이날 SBS는 GDP 증가 소식을 15번째 꼭지에서 단신으로 전했고, MBC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앞서 4월 27일 한은이 '1분기 국민소득' 속보치에서 7.8% 성장을 예상해, 당시 방송3사가 '7년여 만에 최고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KBS는 이미 한번 보도가 되어 뉴스가치가 떨어진 GDP 증가를 다시 첫 보도로 내보내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좋다는 사실을 부각한 셈이다.
반면 KBS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 언론자유 69위', 라뤼 UN보고관의 "한국 표현의 자유 위축", 국정원·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선관위의 곽노현 서울교육감후보 공보물 누락발송,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이른바 "천안함 다행" 발언, 한나라당의 여성비하 동영상 등등 정부 여당에 불리한 사안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또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의혹, 4대강 사업의 부작용, 친환경 무상급식, 선관위의 '신관권선거 논란' 등에 대해서는 축소 보도하거나 본질을 흐리는 보도를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180도 달랐다KBS의 '대통령 미화', '정권홍보' 행태는 참여정부 시절 보도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비슷한 조건의 비교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어린이날 대통령 동정 보도'와 두 정권의 '집권 2년차 평가 보도'를 예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