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승조원 정종률 중사
미니홈피 갈무리
정종률 중사의 미니홈피 대문에는 '사', '랑', '해', '요'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다. 그 아래는 "우리 2세를 먼저 만들자"라는 말도 나온다.
이미 세 살바기 아들이 있지만, 둘째 아이를 낳을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정 중사는 결혼한 지 4년째지만 아직도 주변에서 "닭살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애정이 넘치는 남편이었다. 미니홈피 사진첩에는 부인 정 아무개씨,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이번에 정종률 중사가 배에서 내렸다면 이 가족계획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 중사는 이미 다른 함정으로 인사 예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는 국민들이 많다.
15일 밤 미니홈피 방명록에 글을 올린 이효상씨는 "정종율 중사님, 이쁘신 부인 다시 보셔야죠, 그리고 제일 소중하게 아끼시는 아들 보셔야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상희 병장] "누구 저 위로해줄 사람 없나요?" 이상희 병장은 미니홈피 대문에 "보고 싶다, 너내(너네) 모두"라고 썼다. 오는 5월 1일 제대하면 이 바람대로 친구들과 가족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는 못 이룬 소망이 가득하다. 지난 1월 22일에는 "제대하면 아마도 6~9개월은 일본 어학연수 갈 것 같아, 6월달에 가게 됐어"라는 글을 남겼고, 지난 2008년 1월에는 "면허 따야지"라는 각오를 밝혔다.
일본 어학연수에 대해 "니혼진 베이비랑 같이 살아야지"라며 젊은이다운 기대를 보였지만, 새로운 만남이 연수의 주목적은 아니었다. 이 병장은 고등학교 때 이미 한식·일식·양식 자격증을 땄고 혜전대 조리학과에 진학했다. 일본 연수는 일식 요리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가 지난해 10월 19일 다이어리에 남긴 글이 인상적이다. "으 너무 춥다, 해군은 너무 춥다, 평생 봐도 못 볼 바다와 추위는 다 보고 가는구나, 누구 저 위로해줄 사람 없나요...?"
실제 그는 지난 20일간 깊은 바닷속에서 추위와 외로움으로 인해 몸서리쳤다. 15일 현재 그의 홈피에는 요리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져간 젊은이를 위해 국민들의 애도와 위로가 이어지고 있다.
[심영빈 하사] 동생 장가보내는 게 소원이었던 착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