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 (자료 사진)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합성천연가스(SNG)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광양항 원료부두 6선석 신설사업에 따른 준설토(원래 위치로부터 제거된 진흙이나 흙)를 동호안 슬래그(제강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처리장에 매립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는 동호안 준설토 투기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준설토 투기에 따른 구체적인 해충방제 대책을 수립해 해충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 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원료부두 6선석 신설사업에 대해 '사전환경성검토'를 실시, 지난 8월 12일 영산강유역환경청(이하 영산강청)에 협의 요청했다.
그런데 포스코는 같은 달 23일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열흘 뒤인 9월 4일 갑자기 영산강청에 낸 협의 요청을 자진 취하했다. "조강 능력 증대와 물동량 증가" 등의 이유로 6선석 신설사업이 절박했던 포스코가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앞두고 멈칫거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 광양어민회 위원장은 "광양항 원료부두에는 5선석까지 들어와 있는데, 포스코가 6선석을 지으려고 한다"며 "그러나 이미 5선석 등에서 원료를 하역하면서 떨어뜨리는 석탄이나 철광석 등이 바다를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료부두 해안 바닥에 있는 진흙과 모래는 원료 조업 과정에서 나오는 철광석 등이 퇴적돼 이미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말이다.
국회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6선석 신설사업에까지 불똥이 튈까봐, 사전환경성검토 내용을 보강하기 위해 철회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포스코는 영산강청과의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거쳐, 6선석 신설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영산강청은 이미 5차례나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에 대한 포스코측의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에 동의해줬고, 전남도도 이를 허가해 준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 스스로 6선석 신설사업장에서 나오는 준설토를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에 매립할 경우 수질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준설토를 동호안에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류수 부유물질(SS) 기준을 현재 10ppm에서 80ppm으로 완화해 줄 것을 광양시에 요구해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포스코가 이처럼 오염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동호안에 매립하면서 동시에 방류수의 배출 기준까지 완화해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공교롭게도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역 환경청과 지자체의 암묵적인 '봐주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후 환경오염 조사 전무포스코는 지난 1989년 5월 광양제철소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환경청(현 환경부)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당시 환경청은 포스코측에 '광양제철소 슬래그 처리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면서 "사업수행 과정에서 필히 이행되어야 할" 협의 조건을 제시했다.
협의 조건 중 '폐기물' 항목은 "슬래그 처리장에는 해양에 투기하여도 생물체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명된 슬래그 이외의 폐기물은 일체 투기되는 일이 없도록 폐기물 관리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까지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은 전체 면적 7618만㎡(230만 평) 가운데 3495만㎡(45.9%)에 대해 매립을 완료했다. 그러나 동호안에는 슬래그만 매립 돼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슬래그보다 다른 매립재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슬래그가 저가 등의 이유로 건축 및 토목공사 등에 재활용률이 높은 점을 감안, 슬래그 매립량을 줄이고, 대신 고형화벽돌과 폐연와를 매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 1998년 2월 영산강청과 환경영향평가 매립재 변경 협의를 거쳐, 전남도로부터 고형화벽돌 등을 매립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포스코는 내친 김에 동호안 남측에 위치한 LNG터미널 준공에 따른 준설토 매립에 대해서도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영산강청과 전남도는 매립재 변경에 따른 슬래그 처리장의 수질오염 조사를 실시조차 하지 않았다. 영산강청의 한 관계자는 "폐기물 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매립재이기 때문에 환경적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영산강청이 20년 전 포스코측과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 슬래그 처리장에 대한 자체 환경오염 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산강청측은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사후 환경영향 조사 계획'에 따라 광양제철에서 주기적으로 슬래그 처리장 수질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산강청측은 또 "기업의 자체 오염조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업의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지난 2003년 시안(청산)과 크롬 등 유해화학물질을 포함한 폐수 11만 톤을 불법 방류했다가 적발된 바 있다.
게다가 전남도와 영산강청은 고형화벽돌 등을 매립재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슬래그 처리장의 매립 기간을 당초 2050년에서 2076년까지 무려 26년이나 연장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