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확장부지 위성사진. 지난 8월23일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로 300m 가량 길이의 도로가 4m가량 해안쪽으로 밀려나면서 동호안 오폐수를 비롯, 인접해 있는 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까지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갔다. (사진 포스코 제공)
오탁수처리장을 나와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으로 향했지만, 출입이 여의치 않았다. 광양제철소측은 붕괴 사고 이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동호안 입구 경비초소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소형 버스 한 대가 밖으로 나왔다. 경비들이 갑자기 자세를 갖춰 버스를 향해 경례를 했다.
직전 광양제철소장을 지낸 허남석 부사장(생산기술부문) 일행이 사고 현장 시찰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허 부사장은 전날 계열사 임원들을 제철소본부로 불러들여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연일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다. 포스코로서는 오는 19일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동호안 제방도로를 따라 달리자, 오른쪽으로 광양제철소가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장이 보인다. 지난 1993년 8월 처음으로 백탁수(제강슬래그와 해수가 접촉해 발생되는 물)가 흘러나온 곳이다. 광양제철소가 동호안을 만든 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이었다. 광양어민들과 환경단체가 동호안 제방 누수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이 때부터다.
광양제철소 자체 폐기물 처리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인선ENT(주)가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장이 시작된다. 사고가 난 지점은 4단계 폐기물 매립장과 맞닿아 있다. 300m에 이르는 제방도로는 바다 방향으로 4m가량 밀려난 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흉측하게 뒤틀리거나 갈라졌다. 특히 바다와 만나는 제방 하단에서는 뿌연 백탁수는 물론 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가 여전히 바다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세한 악취가 느껴졌지만, 바다 냄새에 섞여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폐기물 침출수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 도로 곳곳에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횡측 균열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형윤 사무차장은 "그만큼 지반이 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지점에서는 침출수의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한 가물막이 작업이 한창이었다. 황치환 현장소장은 "지금 조치는 임시방편이어서 이 상태로 계속 놔둘 수는 없다"며 "정확한 사고의 원인이 나와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50여일이 지났지만, 복구는커녕 아직 사고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무려 5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복구비용 때문에 포스코와 인선ENT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