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는 한마디로 재벌에 은행을 넘겨준다는 것인데 굉장히 신중히 해야 합니다. 대운하를 파면 다시 메우기 힘든 것과 같죠."
유성호
이 전 원장은 지난 1월 말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놓고 돌연 중도 사임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한림대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특히 민간 연구소인 금융연구원장을 물러나면서 "정부의 적지 않은 압력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거를 도저히 만들 재간이 없다"면서 "정부가 연구원을 '싱크탱크'가 아니라 (홍보 수단인) '마우스탱크'로 생각한다"며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만 8개월 만에 외부강연에 나선 그는, 이날도 평소 강한 소신이었던 금산분리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금융에서의 4대강 개발 사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잠시 그의 말을 옮겨본다.
"금산분리 완화는 한마디로 재벌에 은행을 넘겨준다는 것인데 굉장히 신중히 해야 합니다. 왜냐면 은행이 재벌소유로 가면 이를 다시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이죠. 대운하를 파게 되면 이것을 다시 메우기 힘든 것과 같죠. 요즘은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이라고 하지만..."
이 전 원장은 재벌의 은행소유에 따른 폐해 역시 운하를 파는 것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신동아그룹의 소유였던 대한생명의 유동성 위기의 예를 들면서, "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오너 일가가 하루아침에 (대한생명의) 돈 3조 원을 빼내가 버렸다"면서 "결국 튼튼했던 생명보험사가 흔들리면서 멀쩡한 국민세금 3조 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의 4대강 개발사업"그는 이어 "금융기관을 통한 부실 계열사 지원뿐 아니라 재벌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강화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이는 금융소비자로부터 맡겨진 돈을 잘 관리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미국 등 선진국에선 형사처벌까지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이들(재벌)의 은행 소유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만약 이렇게 경제산업 구조가 진행된다면, 10년 전과 같은 위기를 다시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산분리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된다"면서 겸연쩍게 웃으며 말하던 이 전 원장은, 세계적인 기업인 GE와 IBM 등의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처럼 금산분리가 철저하게 붕괴된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산업자본(기업)이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을 가지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어요. 재벌들이 자주 언급하는 GE캐피탈은 우리로 따지면 대부업체라고 보면 됩니다. 자동차 회사인 GM도 자동차 할부금융을 하다가 망했죠. 다른 세계적인 기업들이 증권, 보험회사 갖고 있나요?.우리나라는 재벌들이 생명과 화재 등 보험, 증권, 투자은행 등 이미 제2금융권은 다 장악하고 있어요. 이쪽 다 풀어줬는데도,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아직도 삼류수준이에요. 은행을 달라고 하기 전에 이곳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죠.""잃어버린 10년 아니다... 엠비정부는 슈퍼자본주의에 가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