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이 2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에서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남소연
"진보 정치의 지도자들을 다시 부엉이 바위 위에 서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앞으로 진보 정치는 집권을 한 후 계속되는 정치적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의 물음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쉴 새 없이 비판했던 보수언론과 최전선에서 맞서왔던 그는 새로운 진보 프레임·담론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그가 던진 질문을 뒤집어보면, 진보가 집권을 한다고 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또다른 좌절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처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전까지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를 읽으며 진보의 미래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크루그먼을 읽으면 노 전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김 전 처장의 말이다.
24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 번째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는 김 전 처장이 정권이 바뀐 후에 갖는 첫 공식 발언 자리였다. 강독회에 참석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100여 명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큰 관심을 나타냈다.
보수 시대의 진보 정부, 그 가능성과 한계는?"과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진보 정권이었나?"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책 집필을 위한 토론 중 가장 많이 던진 질문 중에 하나다. 참여정부는 줄곧 진보진영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참여정부를 향해 "신자유주의의 레일을 깔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 복지 예산이 많이 늘긴 했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이는 보수언론이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중요한 의제가 됐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복지 예산을 많이 확충했음에도 양극화·청년실업·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참여정부는 진보정권이었느냐?'는 물음은 '왜 심화되는 양극화를 막지 못했는가?'로 연결된다. 이에 대해 김 전 처장은 "노 전 대통령은 <미래를 말하다>에 나오는 '진보의 시대', '보수의 시대'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식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진보의 시대에는 보수주의자 닉슨 대통령도 복지제도와 의료보험을 도입하려 했다"며 "반대로 보수의 시대에 클린턴 대통령은 금융자본, 벤치기업들과 결합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데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이런 상태에서 양극화·청년실업·비정규직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시대에 진보 정부라고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에 쏟아붓는 것처럼, 우리도 양극화·청년실업·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20조 원씩 예산을 더 배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평등은 생산의 기본 요소, 평등 확대는 정치에서 비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