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MBC < PD수첩 >'미 쇠고기 광우병 안전한가' 메인작가
남소연
MBC <피디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 체포됐던 이춘근 PD가 27일 밤 석방됐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검찰쪽에서는 '본사 압수수색'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송일준·조능희· 김보슬 PD는 '사수조'의 보호 아래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겨누고 있는 대상은 이들만이 아니다. 고소 대상에는 네 명의 PD 외에 이례적으로 두 명의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도 역시 수사대상, 체포대상이다. 프리랜서 신분이어서 '조직'의 비호를 받을 수 없고 정보에도 취약하다.
해당 프로그램 메인 작가였던 김은희 작가 역시 25일 밤부터 MBC 사옥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메일과 통신내역은 이미 압수수색 당했고 최근에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
"이춘근 PD 체포 소식에 웃었다... 너무 어이없어서"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작가 생활 10여 년만에 '작가 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코미디"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고소대상이 되고 체포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 작가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본다"며 "더불어 작가들도 다시는 이런 방송을 만들지 말라는 일종의 보복이고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눈물을 쏟아가며 만들었던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시간 제약상 담지 못한 것이 많아 오히려 절망했었다"면서도 "작가로서 '필이 꽂히는' 제작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 김은희가 아닌 작가 김은희로서 절대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면서 "시사 프로그램 작가들의 존재 의미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진 촬영을 꺼렸다. "시사프로그램 작가는 원래 방송으로 말하는 사람"이란 이유였다.
- 이춘근 PD가 체포되던 25일 저녁, 어디 있었나?"MBC 방송국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최근 맡고 있던 프로그램 마무리 작업 때문에 밤새고 집에도 못 가고 있었다. 이춘근 PD가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무 어이없어서..."
- 웃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시대이긴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최근 프로그램 제작이 두 개나 걸려 있어서 한창 바빴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코미디 아닌가."
- 방송 일정에 차질도 생기고 있나?"어떤 PD와 작가가 이런 상황에서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겠나. 그러다보니 일정이 자꾸 늦어지고... 결국 프로그램 하나를 다른 작가에게 넘겼다. 작가 시작하고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빼곤 이런 일 없었다. 방영일 코앞에 두고 방송 놓는 건 작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프로그램이 잘못 나가면 안 되니까...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말 사실인가라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 회사에서 숙식하기로 마음 먹은 것인가? "일 때문에 밤새고 집에 못 간 적은 많았지만 회사에서 숙식을 하려니 불편하다. 밤새 일을 했더라도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옷도 갈아입고 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최근 일이 많아 며칠 편히 잠을 못 잔 터라 몸이 상해 있다. 김보슬 PD도 지난해 한 달 넘게 회사생활 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여자들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보조작가 집까지 뒤지는 검찰 모습, 상상이 되나?"- 자택 압수수색도 당했나?"현재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 확인이 안 된다. 나도 집에 못 들어가고 있고.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 거라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 집에 갔을 때, 아무도 없는 빈집을 검찰이 뒤진 그 현장을 보게 되면 기절할 것 같다. 보조작가 집은 이미 압수수색 당했다. 그 친구 충격이 크다. 상상이 되나? 보조작가 집까지 뒤지는 검찰의 모습이?"
- 작가 2명이 고소대상에 올랐다. 아주 이례적인 일인데"다들 어이없어 한다. 프로그램을 보면, 연출한 PD들 이름이 맨 마지막에 올라가지 않나? 프로그램 전체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영광도 명예도 PD들의 것이다. 당연히 법적인 문제도 PD들이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작가들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참고인 신분이었는데 올해 영광스럽게도 PD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웃음) 난 그렇다고 치자. 우리 서브 작가, 작가 경력도 길지 않은 그 친구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 작가라고 해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 정도로 이번 수사가 비상식적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 PD들은 집단적으로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사수대를 조직하기도 했다.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외롭게 쫓기고 있는 것 아닌가?"외롭지 않다. 이춘근 PD 체포 소식 들리자 여러 후배 작가들이 와서 '사수대' 자처하고 함께 밤 지내줬다. 문자 격려도 많고... MBC 구성작가협의회는 물론 방송 4사의 시사 프로그램 구성 작가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시사교양 작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대단하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사안으로 연대 서명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며칠 전 'PD수첩 작가 소환 반대' 성명을 냈는데 공중파 시사 교양작가들 대부분이 서명했다. 그 작가들이 모두 <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또 김은희가 누군지를 알아서 그랬겠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단 이유만으로 탄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