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한 장면.
MBC
'광우병' 편의 제작과정에 참여했던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란 한 가지뿐입니다. 정지민씨가 제기했던 그 모든 '거짓과 조작의 근거'들이 작가로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과 어떻게 다른가, 그 얘기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의 '양심'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 말하는군요. 비록 누구도 내게 그것을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것이,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젊은 피디들과 함께 모처럼 '일할 맛'을 느꼈던 한 작가가, 미약하나마 자신의 그런 기억에 예의를 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PD수첩>의 취재자료 상당부분의 내용을 아는 입장'을 내세워 당신의 주장을 사실인 양 포장하곤 했지요. 그리고 이 글은 그런 당신의 주장들이, 어찌하여 '<PD수첩> 취재자료 전체를 아는 입장'인 저에겐 모두 거짓과 과장, 허위사실이 되는가에 대한 글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CJD→vCJD' 의역을 두고 'MRI 상 CJD' 진단이 나왔는데 제작진이 인간광우병으로 몰아가기 위해 일부러 'vCJD'라고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아레사 빈슨은 정확히 'MRI 상 vCJD'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가 인터뷰 상으로 말하는 'CJD란 모두 vCJD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인터뷰 테이프 4권 중 단 한 권만을 번역한 당신은, 당신이 번역하지 않은 나머지 테이프 3권의 내용은 모른 채 그런 주장을 하셨겠지요. 오직, 미 현지 카메라맨을 별도로 섭외해 찍은 아레사 빈슨 장례식 테이프를 근거로 해서 말이지요.
또한, 당신은 다우너 소 동영상 제작단체의 인터뷰 테이프 3권 중 단 한 권도 번역하지 않은 채, '동물학대 영상 속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는 건 왜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도축시스템의 문제가 다뤄진 4월 29일 방송도 보지 않은 채 그런 주장을 했지요. '젖소→이런 소' 의역이, 당신의 '광우병 위험성 과장' 주장과는 반대로, 오히려 '위험성 축소'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 지 못했겠지요.
<PD수첩>이 인정했던 '번역 오류'를 '의도적 오역'이라 주장합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단정적으로 몰아가기 위해 PD들이 번역, 감수 결과와 다르게 자막을 바꿨다는 것이지요. 번역·감수자였던 자신의 번역 실력상 절대 오류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군요. '의도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다른 번역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초벌 번역본 중 하나를 공개할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당신의 허위 주장들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도 따져 볼 생각입니다. 이 점은 왜 당신이 제작진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한가, 에 대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정지민씨. 당신은 '당신이 본 것'을 토대로 말해왔으니, 저 역시 그러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기억과 추측'에 의존해 말하는 것과 달리, 나는 '근거를 토대로 한 사실'만을 말하려 합니다. 그 대부분은 ‘당신이 보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PD수첩> '광우병' 편의 촬영 원본 테이프는 한국·미국·일본·중국·영상자료를 포함해 모두 150여 권에 이르며, 시간으로 따지면 총 5000여분 가량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MBC나 <PD수첩>과 관계없이, 프리랜서 작가 개인으로 당신께 드리는 편지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