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기자는 소설 및 정치평론 기사에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임정훈
- '제국과 인간'은 역사팩션이다. '픽션'이 아닌 '팩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픽션(fiction)'은 전통적 개념의 현대소설을 말하는데, '팩션(fact+fiction=faction)'이라고 하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럴듯하지 않은 참말보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이 더 우월하다'고 했다. 요즘 출판되는 대부분의 소설들은 '그럴듯하지도 않은 거짓말'들이 양산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다. 영상물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려면 픽션보다는 팩션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 '제국과 인간'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과 취재는 어떻게 했나?"당연히 사서가 1차로 중요한 자료다. 중국과 일본 저자들의 책을 포함하여 좌우익의 근·현대사 역사서들을 읽었다. 또한 당대에 산 인물들의 자서전과 회고록 그리고 논문들도 요긴한 도움이 됐다. 물론 당대의 신문, 잡지도 찾아 읽었다. 대략 200여 권 정도의 저작물을 읽지 않았나 싶다.
'제국과 인간'은 제국주의 시대 경성과 상해가 주 무대이고 일본의 동경 북해도, 중국의 동북삼성과 간도 항주 소주 북경 등,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바이칼, 미국의 뉴욕 등이 망라된다. 다 가 보지는 못했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직접 가서 보았다."
- 소설 못지않게 정치평론도 독자들이 상당하다.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글쓰기의 논거로 사용되는 자료들도 매우 풍부하다. 어떻게 준비한 것인가?"사실 소설에 비해 정치평론의 독자가 훨씬 많다. 기사 배치의 차이도 있겠지만 소설보다 정치 기사를 많이 읽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소설이 정치평론만큼 읽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식민지 시대의 '제국과 인간' 외에 한국전쟁을 다룬 팩션과 6·15 이후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범죄(연쇄살인) 추리소설을 1차 탈고해 놓은 것이 있다. 4·19와 '광주'를 배경으로 한 팩션과 시나리오를 쓰다가 만 것도 있다. 쓰다 말긴 했지만 자료는 확보하고 읽어놓았으니 그 자료와 (정치평론 자료가) 겹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 정치비평 기사는 비겁한 운동권 악몽의 씻김굿"- 특히 촛불정국 당시 김갑수 기자의 정치평론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당시 글쓰기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나는 젊은 시절 이후 두 가지 유형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꿈을 꾼다. 하나는 군대에서 외출이나 휴가를 나왔다가 제 시간에 귀대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꿈이고, 더 무서운 것은 시위대에서 나 혼자 이탈하여 도망치는 꿈이다.
꿈속의 나는 최루탄이나 페퍼포그가 터질 때까지는 누구보다 용감하다가 총성이 울리면 슬며시 빠져나와 골목길로 접어드는 비겁자의 모습이다. <오마이뉴스>에 정치평론을 쓰면서 이 악몽을 '씻김굿'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독자들의 호응은 내 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오늘의 현실에 좌절하거나 분개하는 열정과 순수함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도 당시 하룻밤에 20만 명이 넘는 독자가 내 글을 찾아 주었다는 건 꿈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 기회에 독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새해도 곧 밝아오는데 덕담(?) 삼아 이명박 정부에 한마디 한다면?"이명박 정부에 덕담을 하라는 것은 나에게 담배를 끊으라거나 자살하라는 요구처럼 무모한 일이다. 덕담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 새해의 소원은 이명박 정부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본인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엄청나게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유별난 일로 생각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사실 유능한 작가가 되는 것보다도 유능한 독자가 되는 것이 더 행복하다. 가장 불우한 것은 무능한 작가가 되는 일이다. 그보다는 무능한 독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김갑수 기자는 중학생 때부터 한 동네에 살던 아내와 결혼을 했다. 만날 함께 지내므로 부부동반 모임은 절대 안 간다. 글은 재빨리 쓰고 퇴고에 공을 들인다. 소리 내서 읽으면서 제대로 안 읽히는 대목은 고친다. 아내가 읽고 고쳐주기도 한단다.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땐 하루에 10시간씩 작업을 하기도 한다.
김갑수 기자는? |
'한국문학' 소설신인상에 '그 눈빛' 당선 대학과 학원가에서 문학과 논술 강의 전업작가로 소설 집필과 정치평론 겸하고 있음 소설창작집 '그 눈빛(1998)', 장편소설 '오백년 동안의 표류(2008)', 논술이론서 '논술의 수사학(2002)' 펴냄 2008년 2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현재, <오마이뉴스>에 역사 팩션 '제국과 인간'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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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댓글놀이를 즐겨하기도 한다. 일부 독자들이 그를 '친북좌파'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부당하거나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술은 조금 양을 줄여 마시려고 한다. 왜? 앞으로 한 30년은 계속 더 마셔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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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널리즘에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비평기사는 비겁한 운동권 악몽의 씻김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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