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쿰 사막작은 도시 가즐리
김준희
어제 현지인들이 준 소시지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커피가 있다면 좋을텐데 이 작은 식당에는 커피가 없단다. 그래서 그냥 평소처럼 녹차를 마시면서 빈둥거렸다. 한국에서 매일 아침마다 마셨던 커피가 여기서는 희귀메뉴가 되버린 셈이다.
혼자서 낯선 곳을 여행하려면 익숙한 것들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주위환경에 따라 색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처럼, 여행지에 맞게 식성과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이 먼곳에 와서 한국을 목놓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젊은 남자가 내가 앉아있는 탁자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묻지도 않고 내 맞은 편 의자에 앉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중년 남성 몇몇이 한쪽 탁자를 차지하고는 음식을 먹고 있다. 이 젊은 친구는 좀전까지 그쪽 근처에 있었던 것 같다.
올해 24살인 이 친구는 트럭을 운전한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트럭운전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다보면 한 트럭에 올라앉아 있는 두명의 남자들을 종종 볼 수있다. 그럴경우 십중팔구 한명은 나이가 많고 다른 한명은 젊다.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자면 사수와 부사수, 고참과 신참의 관계인 것이다.
큰 트럭을 몰고 몇 백km의 장거리를 운전하려면 혼자보다 두명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졸릴 때는 교대로 운전하면 되고, 심심함도 이길 수있다. 무엇보다 예기치 못했던 차량결함이 발생하거나 타이어가 펑크날 경우에도 두명이면 보다 더 잘 대처할 수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젊은 친구도 고참과 함께 장거리 운전을 하는 도중 이 식당에 들러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렇게 고참과 신참이 같이 식당에 들어올 경우다. 나이많은 운전사는 다른 운전사들과 어울려서 시끌벅적하게 식사하는데, 젊은 사람은 대부분 그 자리에 끼지 못하고 한쪽에 따로 떨어져 있다.
한쪽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상에 앉아있거나 비스듬히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시쳇말로 '찌그러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 트럭을 점검하다가 고참이 식사를 마치면 함께 떠난다. 고참은 자기혼자 배불리 먹으면서 신참한테는 아무 음식도 사주지 않는 걸까. 아니면 이것도 일종의 관습적인 위계질서에 해당하는 것일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런 의문을 풀 수가 없다. 고참은 돈이 많은데 신참은 일을 배우는 중이라 돈이 없으니까 못 사먹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젊은 친구도 상관의 식사자리에서 내쫓긴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내 맞은 편으로 다가온 것이다. 24살의 나이에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장거리 트럭운전을 배우며 생활하는 젊은이, 어찌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식당에서 현지 운전사와의 짧은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