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쿰 사막계속 사막이 펼쳐진다
김준희
간밤에 나를 재워준 사나쿨은 이곳에서 10km를 더가면 식당이 나온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니까 괜히 후회가 된다. 어제 좀 무리해서라도 그곳까지 갔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어제 저녁에 일홈을 만나지도 못했을 테고 염소고기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선택이란 언제나 동전의 양면같은 것. 그러니 후회하지 말자.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짐을 꾸렸다. 그 거리를 보충하기 위해서 오늘은 좀 일찍 출발한다. 시간은 오전 7시.
작은 도시 가즐리가 가까워져서일까. 계속 사막이 펼쳐지지만 도로변에는 식당이 종종 나타난다. 어제 잔 식당에서 2km를 걸어오니까 또 식당이 하나 나오고, 10km 떨어진 곳에는 경찰 검문소가 있다.
검문소 옆의 상점에서 1ℓ짜리 생수와 탄산음료를 한병씩 샀다. 포장도로는 매끄럽게 이어지고 내 발걸음도 가볍다. 가즐리에 도착하면 사막이 끝나는 걸까. 아직은 알 수없다. 분명한 것은 오늘 무조건 가즐리까지 가야한다는 사실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사막 안쪽에 컨테이너가 두개 보인다. 여기도 그동안 몇 번 보아왔던 사막의 일꾼들 숙소인 것 같다. 그리고 한쪽 컨테이너에는 에어컨이 붙어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사막에 에어컨이라니? 어느새 뜨거워진 태양. 나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무작정 그곳으로 향했다.
그 컨테이너 안쪽에는 이불이 깔려 있고 베개도 놓여 있다. 친절하게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만 같다. 컨테이너에 있던 한 남자에게 이곳에서 조금 자겠다고 손짓으로 말했더니, 그러라고 하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간다. 갑자기 나타나서 자겠다는 외국인이 약간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막의 무더위에 시달리다 에어컨이 놓여있는 컨테이너로 들어가니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벽에 붙어있는 러시아제 에어컨의 성능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양말을 벗고 나서 이불위에 큰 대자로 누웠다. 그리고 잠시후에 잠이 들었다.
사막의 일꾼들 숙소에서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