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쿰 사막마지막으로 사막이 펼쳐진다
김준희
간밤에 같이 술을 마신 오따벡의 말에 의하면 이 식당에서 10k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식당이 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10km를 더 가면 경찰검문소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가즐리-부하라 구간에 식당이 없다고 했던 트럭운전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던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다. 부하라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손가락에 꼽힐만큼 큰 도시이자, 수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역사도시다. 그런 도시라면 당연히 그 외곽에도 작은 마을들이 있을 것이다. 마을이 있다면 쉬어갈만한 장소도 있을 테고 식당도 있을 것 아닐까.
나는 짐을 꾸려서 오전 8시에 출발했다. 술이 덜깨서 머리가 띵했지만, 물을 마시면서 사막을 걷다보면 땀이 줄줄 흐르면서 술기운도 모두 빠져나간다. 해장과 숙취해소에 이만큼 좋은 것도 없을 정도다.
내일 부하라에 도착한다. 오늘의 목표는 부하라까지 최대한 거리를 단축시키는 것이다. 걷다보니까 도로 한가운데에 알록달록한 것들이 잔뜩 떨어져있다. 저게 뭘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까 '헬로 키티' 캐릭터가 그려진 중국산 작은 수건이다.
내 배낭에는 수건이 하나밖에 없고, 그것도 그동안 제대로 빨지 못한 상태다. 수건 뿐 아니라 속옷과 겉옷도 그렇다. '모든 빨래는 부하라에 가서!' 이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빨래를 등한시해왔다. 부하라에 가면 할일도 참 많다. 밀린 빨래를 하느라 제대로 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도로에 떨어진 수건을 하나 챙겼다.
두시간 가량 걸으니 작은 식당이 또 나온다. 나는 그곳에 앉아 쉬면서 환타를 마시고 빵을 먹었다. 트럭을 운전하는 젊은 친구는 나하고 똑같은 헬로 키티 수건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것을 도로에서 주웠다면서 지나가는 버스에서 떨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내가 어젯밤에 저 아래 식당에서 술마시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세상 참 좁다. 하기야 사막 가운데로 길이 하나밖에 없으니 내 모습이 눈에 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식당 주인은 이제 볶음밥을 만드니까 그것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일어섰다. 특별히 배가 고프지도 않고, 오늘 중으로 최대한 많이 걸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때문이다.
사막 한 가운데의 묘비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