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킨마을의 입구
김준희
이건 아마도 관개사업의 영향 때문일거다. 아무다리야 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모두 목화밭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랄해는 망가졌고 지방의 일반인들은 마음껏 물을 사용하지 못한다. 대신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4위의 면화생산국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의 면화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아랄해를 살리고 일반인들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아랄해를 되살릴 방법도 요원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아랄해를 살리기 위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는데,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랄해를 되살리려면 결국 물을 공급해야 하고, 그러려면 아무다리야 강의 물줄기를 다시 예전대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강물을 목화밭으로 끌어들이면서 아랄해에 수돗물이나 생수를 쏟아부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려운 문제다. 아랄해도 살리고 아무다리야 강도 보존하고 일반인에게 수돗물도 공급하면서 목화밭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중해-카스피해-아랄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구상중이라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완성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운하가 될 것이다. 그런 운하를 만들면 아랄해는 살아나겠지만, 또 어떤 부작용과 환경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것도 운하가 통과할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도움 여부와는 관계 없이 우즈베키스탄은 아랄해 문제 때문에 앞으로도 꽤 골치 아플 것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2020년 경에 아랄해가 지도에서 사라진다는데, 그러고 나면 단순하게 지도가 바뀌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막으로 변한 아랄해에서 발생한 소금 먼지 때문에 주변은 계속 오염되고, 기온도 극심하게 변한단다. 아랄해는 우즈베키스탄의 문제이지만, 우즈베키스탄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내가 이 지역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한번 가정해본다. 목화산업은 어찌 보면 전형적인 후진국형 산업이다. 넓은 농경지와 수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생산량 세계 4위인만큼 이 산업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도 꽤 될 것이다. 그 외화를 기술집약적인 다른 산업에 투자하고, 그 산업이 발전할수록 목화밭을 점점 줄여가면 어떨까.
그러면 그동안 목화밭으로 유입되던 아무다리야 강의 물줄기도 조금씩 원상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아랄해도 천천히 수량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광활한 목화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우즈베키스탄은 언제까지 목화산업을 붙잡고 있을 것인가?
사막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