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일꾼들구롬바이(오른쪽)와 바하디르
김준희
걷다보니까 사막 안쪽에 컨테이너가 하나 놓여있다. 시간은 오전 11시. 저 컨테이너의 정체는 무얼까. 그쪽으로 한두걸음 들어가보니까 안쪽에서 사람이 한명 나온다. 내가 들어가도 되냐고 시늉을 하자 어서 들어오란다. 그래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컨테이너는 사막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숙소다. 구롬바이와 바하디르, 이 두명의 남자가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사막 안쪽에서 일을 한단다.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서 끝내 알수가 없었다. 컨테이너 안쪽에는 침대 두개와 냉장고, TV가 있다. 한쪽 벽에는 무슨 메모지를 잔뜩 붙여놓았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모자를 벗고 땀을 닦았다.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11시에 이곳에 들어왔으니 정말 운이 좋은 하루다. 요즘 사막에서는 오아시스 대신에 이렇게 컨테이너가 놓여있는 모양이다. 이들은 나에게 차와 빵을 대접하고 볶음밥을 만드는 중이니까 그것도 먹고 가란다.
컨테이너 밖에는 넓은 평상이 있고 티코 승용차에는 모래바람 때문에 커버를 씌워두었다. 구롬바이는 쌀을 씻어서 볶음밥을 만들고 바하디르는 당근과 양파, 토마토를 썬다. 부인과 자식들은 모두 우르겐치에 있단다. 가끔 가족들을 보러가고, 필요한 물과 음식재료들은 주기적으로 트럭이 와서 공급해준다.
이런 곳에서 일하며 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편으로는 심심하고 불편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것도 한번 겪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서 조용한 사막에 푹 파묻혀 있는 생활, 은둔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최고인 생활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절제하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만들고 최소한의 물만 사용한다. 대신에 사막의 지평선과 수많은 별을 보면서 생각만큼은 많이 할 수있을 것이다. 이렇게 살다보면 철학자가 되지 않을까.
볶음밥이 완성되자 바하디르는 보드카를 꺼내왔다. 식사후에 난 또 걸어야하는데 저걸 마셔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도 잠시, 난 권하는대로 보드카를 받아 마셨다. 부디 이 보드카가 나에게 기운을 줄 수있기를 바라면서. 식사를 다 하고 일어서자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당장 떠나는 것은 무리다. 나는 밖의 평상에서 좀 자겠다고 말하고 그 평상에 큰 대자로 누웠다. 사막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그늘 속에서 낮잠을 청하는 즐거움. 앞으로도 꾸준히 지금처럼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 걸어왔냐고 묻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