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37) 위(爲)하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 348] '소비를 위한 생산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듬기

등록 2008.06.23 13:33수정 2008.06.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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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소비를 위한 생산품

 

.. 일회용 소비를 위한 생산품들이 생활 저변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생산품에 걸맞게 쓰고 버리는 정신을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  《자발적 가난》(그물코,2003) 133쪽

 

 ‘저변(底邊)’은 순화대상 낱말입니다. ‘밑바닥’으로 고쳐서 써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생활 저변’이라고 쓰이는 말에서는 ‘생활 밑바닥’이라 하기보다는, 그냥 ‘생활’이라 하는 편이 낫고, 이 말이 쓰인 앞뒤 대목을 살피면서 “우리 둘레에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점점(漸漸)’은 ‘조금씩’이나 ‘차츰’으로 손질합니다. ‘정신(精神)’은 ‘버릇’이나 ‘매무새’나 ‘마음’으로 손보고, “있는 것이다”는 “있는 셈이다”나 “있다”로 손봅니다.

 

 ┌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   -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다 / 너를 위해 하는 말 / 평화를 위해서

 │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   - 강아지를 자식처럼 위했다 / 부모를 제 몸처럼 위하는 효부

 │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   - 시장 조사를 위한 출장 / 후진 양성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

 │     출세를 위해서는 뭐든지 했다 / 새로 칠하기 위해 물건을 정리했다

 │

 ├ 일회용 소비를 위한 생산품들이

 │→ 일회용 소비를 하는 생산품들이 (x)

 │→ 일회용 생산품들이

 │→ 일회용품들이 (o)

 │→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o)

 └ …

 

 ‘위하다’라는 말은 (1) 뜻 말고는 쓸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1) 뜻도 곳에 따라서 ‘생각하다’, ‘지키다’ 같은 말로 다듬어 주면 되고요. “너를 생각해 하는 말”, “평화를 지키려”처럼 말입니다. “나라를 생각하여 목숨을 바치다”나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바치다”로 적을 때 느낌이나 뜻은 또렷해집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환하게 드러납니다.

 

 ┌ 강아지를 자식처럼 위했다 → 강아지를 자식처럼 아꼈다

 └ 부모를 제 몸처럼 위하는 → 부모를 제 몸처럼 돌보는

 

 “일회용 소비를 위한 생산품”을 생각해 봅니다. 이 글월은 이 말 저 말 다 덜어내고 “일회용품들이”라고 적어도 됩니다. ‘일회용(一回用)’이라는 말이 바로 “한 번 쓰고 버림”을 뜻합니다. 그러니 바로 뒤에 붙은 ‘소비’는 군더더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위한’을 ‘하는’으로 고쳐도 말이 안 돼요. 통째로 손질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로 다시 고쳐 줍니다.

 

 ┌ 시장 조사를 위한 → 출장 시장을 알아보려는 출장

 ├ 후진 양성을 위해 → 젊은이를 가르치고자

 ├ 출세를 위해서는 → 제 이름을 떨치려고

 └ 새로 칠하기 위해 → 새로 바르려고

 

 어떤 말이든 알맞게 쓰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 말은 이 자리에 알맞고, 저 말은 저 자리에 걸맞습니다. 우리들은 때와 곳을 살피면서 ‘생각하다-지키다-헤아리다-아끼다-돌보다-하다-꾀하다’ 들을 넣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부터 이어온 이와 같은 말 문화가 바로 우리 삶이요 우리 넋이며 우리 발자취입니다.

 

 

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 원숭이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무리를 속여야 할 때 그런 소리를 사용했던 것이다 ..  《베른트 하인리히/최재경 옮김-까마귀의 마음》(에코리브르,2005) 19쪽

 

 ‘사용(使用)했던’은 ‘썼던'으로 다듬습니다. 뒷말 ‘것이다’와 묶어 “써 왔다”나 “쓰곤 한다”나 “쓴다”로 고쳐 봅니다. “자신들의 이익(利益)”은 “자기 이익”으로 손보거나 “자신한테 도움되는”으로 손봅니다.

 

 ┌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

 │→ 자신들 이익 때문에

 │→ 이익을 챙기려고

 │→ 자기들한테 도움이 되고자

 │→ 자기들한테 도움이 되게 하고

 └ …

 

 낱말을 하나하나 다듬어 보지만, 뜻이나 느낌은 영 살아나지 않습니다. 번역이란 나라밖 말을 ‘1:1로 옮겨적는 일’이 아니라 ‘나라밖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펼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가’를 잘 풀어내어 나라안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 봅니다. “원숭이들은 자기 무리한테 도움이 되고 다른 무리를 속여야 할 때, 때때로 그런 소리를 내곤 했다.” 또는, “원숭이들은 다른 무리를 속여야 할 때면, 그런 소리를 내곤 했다.”로.

 

 글흐름을 살피면, ‘다른 무리를 속이는’ 일은 곧바로 ‘자기 무리한테 도움이 되’니, ‘자기 무리한테 도움이 되고’라는 대목을 덜어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23 13:3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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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위하다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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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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