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세속적 가치 기준
.. 나는 세상을 위해 자기 자신을 모두 내던진 노동 운동가가 세속적 가치 기준에 따라 욕먹는 게 싫어서 김지선 씨에게 점잖게 잔소리를 했지만 .. <길에서 만난 사람들>(하종강, 후마니타스, 2007) 115쪽
“세상을 위(爲)해”는 “세상을 바꾸려고”나 “세상에”로 고쳐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가치(價値) 기준(基準)에 따라”로 적어도 나쁘지 않으나, ‘잣대’ 한 마디로 손보면 어떨까 싶고요.
┌ 세속적(世俗的) :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을 따르는
│ - 세속적 관심 / 세속적 기준 / 세속적 사랑 / 세속적 인물이다 /
│ 세속적인 가치 / 세속적인 명예 / 세속적인 생활
├ 세속(世俗)
│ (1) = 세상
│ - 세속을 떠나 살다 / 세속에 시달리다 / 세속을 등지다
│ (2)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
│ - 세속을 따르다 / 세속에 물들다 / 세속에 얽매이다
│
├ 세속적 가치 기준에 따라
│→ 세속 가치 기준에 따라
│→ 세속 잣대에 따라
└ …
보기글에서 말하는 ‘세속’은 ‘세상사람’이나 ‘세상 풍습’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틀에 매인, 또는 유행이나 물질문명을 곧이곧대로 따라가는 씁쓸한 모습이라고 해야 알맞지 싶어요. 그래서 여기에서는 ‘-적’만 덜어낸, “세속 가치 기준”이나 “세속 잣대”로 다듬어서 쓰는 편이 한결 낫다고 생각합니다.
┌ 멋모르는 사람들 눈길
├ 자기 울타리에만 머무는 사람들 잣대
├ 자기 밥그릇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눈높이
└ …
한편, 말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뜻이나 느낌이 좀더 또렷이 드러나도록 적어 보면 어떨까요. 보기글 앞쪽에 ‘세상에 자기 자신을 모두 내던진’이라는 말이 있으니, 이 말하고 잘 어울릴 만한 꾸밈말을 조금 길에 붙여도 괜찮으리라 봅니다.
ㄴ. 세속적인 놀이판
.. 그런데 가장 성스러운 신전에 왜 이런 세속적인 놀이판들이 이렇게 많이 새겨져 있는 것일까?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편해문, 소나무, 2007) 186쪽
‘성(聖)스러운’은 ‘거룩한’으로 다듬어 줍니다. “새겨져 있는 것일까”는 “새겨져 있을까”로 다듬습니다.
┌ 세속적인 놀이판들
│
│→ 흔한 놀이판들
│→ 수수한 놀이판들
└ …
우리 나라 국어사전에서 ‘거룩하다’를 찾아보면 ‘聖스럽다’를 찾아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聖스럽다’를 찾아보면 ‘거룩하다’를 찾아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이 말을 찾아보니 저 말을 보라고, 저 말을 보니 이 말을 보라고. 이렇게 되면 국어사전을 뒤적이는 우리들은 어쩌라는 셈인지.
┌ 성스러운 신전에 세속적인 놀이판
│
├ 거룩한 신전에 수수한 놀이판
└ 높으신 신전에 낮은 놀이판
높으면서 깊은 뜻과 값이 있다고 가리킬 때 쓰는 ‘거룩함’입니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면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을 가리킬 때 쓰는 ‘수수함’입니다. 이리하여, ‘거룩함’과 ‘수수함’은 한동아리로 어울리는 토박이말입니다. ‘성스러움’과 ‘세속(적)’ 또한 한동아리로 어울리는 한자말입니다.
토박이말이 반갑거나 좋다면 ‘거룩 + 수수’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한자말이 반갑거나 좋다면 ‘성스러움 + 세속’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23 14:4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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