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소장은 "역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버블의 붕괴를 비켜간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우성
잠시 후 그가 되물었다. "도대체 시장경제가 무엇이예요?"라고. 그가 시장경제를 몰라서 물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자 역시 곧장 답하지 못했다. 그의 말을 옮겨보자.
"정치쪽 사람들 보면 마구잡이로 시장경제 이야기해요.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전부 자신들의 기득권, 사적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시장경제를 들먹거리죠. 보수나 진보나, 서로 입맛에 따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신다면. "경제 구성원의 핵심은 소비자와 투자자예요. 이 사람들이 잘먹고, 잘살기 위해선 소득을 높여야 하죠. 이들이 얻는 소득이 적절하게 보상되는 경제시스템이 제대로된 시장경제라고 봐요.
미국이든, 유럽이든 모든 구성원들이 똑같은 노동과 노력으로 적절한 대가를 받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요. 이같은 시스템이 안되니까, 계층간 엄청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김 소장은 미국 등 선진국이 바라보는 시장경제의 철학이 우리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정부가 경제지표 중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노동생산성"이라며 "이것(노동생산성)이 올라가면, 임금이 올라가고, 다시 소비가 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린 이것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서 어떻게든 임금인상을 낮추려고 한다는 것. 그는 시장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양극화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법인세 인하와 투자에 대한 오해와 무지자연스레 친기업 정책과 규제완화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김 소장은 규제를 두고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한다. 규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제도 완화를 꺼내들고 있다는 것.
그는 작년에 정치권과 정부쪽으로부터 각종 규제에 대한 자문 요청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주문했다는 것. 김 소장은 "역대 정권에서도 규제완화는 꾸준히 해왔다"면서 "그것도 전부 기업들이 요구한 것들이었는데, 결국 노무현 정부는 자신들 지지층으로부터 두들겨 맞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가 너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마디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 일본기업들의 실제 법인세율이 각각 25%와 40%에 달하지만, 한국은 20%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의 말은 계속됐다.
"(목소리를 높이며) 더욱 황당한 것은 한-미-일 대표기업들이 실제 납부한 법인세율예요. 미국이나 일본 대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면 법인세율이 높아서, IBM은 30%였고, 도요타는 40%였어요. 삼성전자는 얼마였냐면, 14%였어요. IBM이나 도요타 등은 법인세가 비싸서 저렇게 세계초일류 기업이 됐나요? 법인세가 높아 투자나 고용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회사의 경쟁력은 노동자와 그들이 가진 기술에서 나오는 겁니다."마지막으로 양적인 경제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이같은 경세성장은 빈곤문제만 더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7% 성장이요? 대운하 든 마구잡이로 집어넣으면 (성장)하겠죠. 하지만 설사 그것이 달성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성장의 수혜는 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어요. 빈곤과 양극화만 더 심해지고…. 이건 진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니죠."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투기와 버블이 이미 부풀어 오를대로 오른 상태"라며 "우리는 미국보다 2~3배 더 심각하며,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우성
김광수 소장은... |
김광수 소장은 83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마쳤다. 이후 일본 동경대 경제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일본 대장성산하 증권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각종 경제와 금융관련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경제연구소'에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 물론 일본 노무라종합경영연구소처럼 선진국에선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없다.
지난 2000년에 만들어진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김 소장 이외 3명의 연구원정도가 있을 뿐이다. 삼성과 LG 등 재벌경제연구소의 연구원에 비하면 초미니급이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경제보고서는 이미 정부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과 주요 금융회사 간부 등에겐 필독서가 됐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김광수경제연구소가 낸 책자 서문을 직접 쓰면서, "한국경제의 숨은 보석"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각종 보고서 등은 공짜가 거의 없다. 매달 두차례씩 내놓는 경제보고서는 연회비가 300만원에 이른다. 주 회원은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와 기업·금융회사 임원들이다.
이와 별도로 그동안 나왔던 <경제시평>도 작년 7월부터 따로 발송하고 있다. 1년 회비는 20만원이다. 매주 두건씩 e메일로 전송되는 <경제시평>은 구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나돌면서 회원수가 350명이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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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 버블, 미국보다 2~3배 심각 1~2년 뒤 경제 위기에 빠질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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