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골굴암’입니다.
방상철
하여간, 이렇게 지난주에 경주를 찾음으로, 저희 가족의 신라 방문은 세 번째가 되었습니다. 맨 처음 동호회에서 단체로 찾은 경주에서는, 정말 아쉬운 일이었지만, 석굴암과 첨성대만 돌아봤습니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경주에 올 때 무려 9시간 이상이나 걸린 탓에, 일찍 올라가자는 분위기에 밀려 점심만 먹고 출발한 것이지요. 그때 저희는 ‘곧 다시’ 경주를 찾을 거라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큰 맘 먹고, 두 번째로 경주를 찾았습니다. 그때는 2박 3일의 넉넉한 일정이라 불국사와 안압지, 첨성대, 계림 등등 시내 일원에 흩어진 유적지를 여유롭게 돌아봤습니다.
그래도 시간에 쫓겨 남산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경주 남산은 올해를 위해 남겨진 것인지도 모르죠. 경주는 결코 무리하게 한 번에 돌아 볼 곳이 못 된다는 사람들의 말이 맞습니다. 천천히 다음에 볼 곳은 남겨두는 여유가 필요한 도시지요.
그리하여 올해는 오로지 남산만을 목적으로 금요일(23일)부터 토요일(24일)까지 1박 2일의 일정으로 다시 경주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여행 계획이란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법. 남산에 오르기 전에 문무대왕수중릉을 먼저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남산은 경부고속도로 옆에서 가깝기 때문에 동해바다 쪽을 먼저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에 올랐다가 가면 일정에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석굴사원, 골굴사골굴사? 생전 처음 듣는 절 이름입니다. 만약 이정표에 보물 581호로 지정된 마애아미타불이 있다는 얘기만 없었어도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그런 절입니다. 하지만 이 절이 그래도 선무도로 꽤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옛날 화랑들이 수련하던 심신 수련법인 선무도의 총 본산이 바로 이곳이라고 합니다.
하여간 문무대왕릉을 둘러보고 경주 남산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골굴사’에 가보기 위해 저희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일주문을 통과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집을 둘러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들은 바닷가에서 주운 나무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땅을 꼭꼭 찌르며 제 뒤를 쫓아옵니다.
주차장에서부터 계속 이어진 언덕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조금 숨이 차오를 때쯤 멀리 깎아지른 벼랑에 새겨 진 마애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