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군무는 노을이 물들기 시작할 때 더 아름답다.
군산시청
아이는 비염이 있어서 찬바람이 불면 코피를 흘린다. 자다가도 코피를 쏟는다. 그래서 2주째 주말을 집에서만 보냈다. 밖에서와 똑같이 활동을 한다면, 마음씨 좋은 아래층 사람들도 “아이들은 원래 뛰는 게 정상이에요”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책 보기와 레고 블록 맞추기, 그리고 사소한 말다툼으로 보내는, 평온하면서 위태로운 주말, 아이가 말했다.
“엄마, 새 보러 안 갈래? 지금쯤이면 왔지?”
“그래. 근데 코피 안 흘릴까나?”
아이가 말하는 새는 가창오리이다. 내가 보고 싶은 새는 쫑찡이(도요새)다. 쫑찡이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날아온다. 지난 여름, 11시간 동안 하늘을 날아 뉴질랜드에 갈 때, 비행기는 불안정한 기류 때문에 흔들리기도 했다. 쫑찡이는 우리 아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몸집으로, 그 먼 곳에서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군산으로 날아온다.
쫑찡이는 내 머리 위로 바짝 날만큼 대담하다. 그러나 헤엄치거나 잠수하지 못한다. 그래서 갯벌이나 염전에서 갯지렁이·조개·고둥·게를 잡아먹는다. 쫑찡이를 보면, 사막의 초원에서 (전설 속에서만) 산다는 은사자가 생각난다. 사자이면서 육식을 못하는 은사자, 수영을 못해서 물속의 날것들을 잡아먹지 못하는 쫑찡이, 이 둘은 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