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자동차두레용 차로 정해진 차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주민들.
정선미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성미산마을'이라고 불린 지 10년이 지났다. 공동육아에서 출발한 공동체문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고향을 만들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고 산 세월이다.
그리고 올해는 새롭게 '사람과마을'이라는, 마을을 위한 비영리단체도 만들었다.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시작된 일들이 이제 체계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 비영리 단체인 '사람과마을'에서 환경분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크게 올해 환경분과에서 담당한 일 중 하나가 '자동차두레'(자동차 함께 쓰기, 카셰어링 또는 카쉐어링)였다.
사실 '자동차두레'는 '사람과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 마을 주민이 원했던 바다. 조금씩 준비를 하긴 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사람이 없어 미루던 일이었기에 이번 일이 환경분과 사업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실무자' 되어버렸네그렇다고 내가 환경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공동육아 우리어린이집에 다섯 살짜리 딸아이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고 엄마다.
그리고 마포구 성미산마을과 붙어있긴 하지만 행정구역상 서대문구에 살고 있으면서 성미산마을 사람이라고 하고 다닌다. 다만 음식물 쓰레기가 노란 봉투 속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지렁이를 키우며 음식물 쓰레기를 해결하는 '멋진 지렁이'라는 소모임에 가입해 있고, 마을일에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실무자'란 말도 좀 어색하다. 그냥 내가 10년간 산 마을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살 마을에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이미 공동체를 만들고 지속시켜온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기분이어서 나의 힘을 조금 보태기를 바랐던 마음으로 이 일을 맡았다.
'사람과마을'이 주도한 '자동차두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중순께다. 그때 초동멤버로 가입하겠다고 한 가구는 지금처럼 6가구가 아닌 10가구였다. 그때 회의에서는 누구네 집 차를 팔고 누구네 집 차를 남길 것인가 하는 내용으로 1시간을 넘게 토론했다.
누구네 차는 연비가 좋으니 남겨야 하고 누구네 차는 크니까 마을 공적인 일에 쓰면 좋겠다 해서 남겨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수동은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밖에 없으니 팔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막상 처분하려니 아깝고 정들었던 것일까.
결국 토론 끝에 세피아와 카니발을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카니발의 경우 대여를 함께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에서 나들이를 갈 때 반드시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빌려줄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빠진 조합원... 자동차두레 다시 원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