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두레에 쓰일 승용차를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고 있다.
정선미
나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 마을 주민으로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이다.
지난 일요일(7일) 우리 마을에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자동차 두레(일명 카 셰어링, 자동차 나누어 타기)가 발족하게 된 것이다. 여섯 명이 자동차 한 대를 공동 소유하여 나누어 타려는 것인데, 그 창립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자동차 두레의 두레원이 된 셈인데 차가 없던 사람에게는 차를 새로 얻는 것이고, 반대로 차를 갖고있던 사람에게는 타던 차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이다.
내 경우에는 남편의 차는 출퇴근 여건상 처분하지 않았으나 자동차 두레에 참여하고 싶어서 가입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차가 생긴 셈이다.
운전한 지도 오래 되었고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차와 이별할 것을 권하는 자동차 두레에 가입한 것은 자동차를 덜 타야겠다는 것과 함께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다만 한 대라도 줄여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섯 명이 시작하면서 벌써 자동차 네 대가 처분 또는 폐차되었으니 어느 정도 그 취지가 살려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 놀러 보내고 싶어도 갈 곳이...자동차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만한 공간이 없고 안전하지 못한 현실을 보면서 그랬다. 흙이 있는 자연환경만큼은 못하더라도 방안에서 TV나 컴퓨터게임 하는 것보다 그래도 바깥에서 놀면서 컸으면 하는 생각인데, 아이들이 놀만한 골목에는 한낮에도 자동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고 큰 길에는 도저히 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과 비교적 차가 없는 골목을 찾아다닌다든지 마을 안에서는 차를 천천히 운전하자고 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렇게 찾은 골목에서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하고 일 년에 한번씩은 '골목길 축제'도 열어서 마을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안전한 골목길을 만들자고 널리 이야기도 해보았으나 공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설사 공감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현실에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럴 즈음 외국 사례를 통해 배워보자고 시작했던 공부모임에서 브라질의 꾸리찌바나, 독일의 여러 도시환경을 살펴보게 됐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그래서 살기 좋다고 소문난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은 바로 발달된 대중교통체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다 보니 굳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았고,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을 경우 세금혜택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주거단지 안에 자동차수를 줄여서 얻은 공간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이터와 공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