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의 합병증인 ‘포진 후 신경통’을 앓고 계신 한 할머니의 옆구리 피부 병변입니다. 할머니는 현재 통증 치료를 위한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계십니다만, “잘 때 통증 부위가 땅 바닥에 닿으면 깜짝깜짝 잠을 깰 정도로 아팠다”면서 대상 포진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의 순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엄두영
전인권씨는 어떻게 병원에서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투여 받았을까요?
전씨는 '대상포진(帶狀疱疹 : Herpes zoster, Shingles)'이라는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다고 했습니다.
대상포진이란 병은 비교적 흔한 병으로 어린 시절 앓는 수두의 원인이 되는 수두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화될 때 재활성화되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래서 면역력이 약화되는 50대 이후 암이나 자가 면역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특히 노인층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고, 통계적으로는 대개 인구의 약 20% 정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병의 병명인 '대상(帶狀) 포진(疱疹)'에서 보듯 먼저 허리나 등, 그리고 목 부위에서 띠를 두른 것과 같은 특정 부위에 매우 심한 통증이 오고, 약 4∼5일 이후 통증 부위에 발진이 생깁니다.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은 "자다가 너무 아파서 깰 정도",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표현할 정도로 매우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허충림 경희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면역 이상자나 암환자와 같은 경우 드물게 재발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발하지 않는다"면서 "통상적으로 평생 1번 앓는 질병"이라고 설명합니다. 대상포진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성분명 Acyclovir)와 진통제를 위주로 대증요법을 실시하고, 대상포진 발병 후 약 2∼4주면 치료됩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 대상포진 예방 백신(상품명 Zostavax)이 FDA 승인을 받아 사용중이고, 현재 국내 도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대상포진을 '전요화단(纏腰火丹)'이라고 부릅니다.
이승덕 동국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대상포진의 원인에 대하여 "간담(肝膽)의 화(火)가 성(盛)하고 비(脾)에 습(濕)이 울(鬱)체 되고 외감독사(外感毒邪, 외부에서 감염된 독한 사기)에 의해 발병한다"고 설명합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침구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변증론치(辯證論治, 질병의 원인이나 부위·성질·신체적 여건 등의 증후군을 종합적으로 살핀 후 치료를 한다는 이론)에 따라 열성형(熱盛型), 습성형(濕盛型), 기체혈어형(氣滯血瘀型)의 세 가지로 분류하여 치료하며, 침구치료는 병이 나타나는 부위와 경락이 지나가는 길에 따라 혈자리를 선택하여 치료합니다.
전인권, 어떻게 922일이나 마약류를 처방받을 수 있었나? 약 2∼4주면 치료가 되는 질병인데 어떻게 922일씩이나 넘게 약을 처방받았을까요?
그것은 대상포진에 걸린 60대 이상의 약 40%까지 발생하는 후유증인 '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이 생긴다면 가능합니다. 포진 후 신경통이란 대상포진을 앓고 난 이후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계속 대상포진을 앓은 부위가 아픈 증상을 말합니다.
물론 포진 후 신경통도 간헐적으로나 지속적으로 통증이 있기 때문에 진통제를 위주로 처방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통증이 잘 치료되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진통제의 사용에 있어 원칙이 있습니다. 허충림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는 급성기에 잠시 사용할 수 있지만, 장기간 투여 시에는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 때문에 가급적 피하고 비마약성 진통제 위주로 처방한다"며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에 있어 주의를 기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922일간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 왜 경찰에 안 걸렸나? 전인권씨가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성분명 oxycodon)'은 매우 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처방된 약물입니다. 이 약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되는 마약류이므로 대량 구매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병원에 다니며 대상포진을 병명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 것은 가능합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전씨가 복용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은 비급여 약품으로 건강보험공단에 기록이 올라가지 않아 이번 경우와 같이 마약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면 추적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이 관계자는 "약품 처방에 대한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각 병원마다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전씨와 같이 22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면서 전씨가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병원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씨가 지난 3월 말 필리핀으로 출국하면서 국내에서의 마약성 진통제 공급은 그의 매니저가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거동을 할 수 없는 환자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리 처방을 할 수 없음에도 전씨를 진찰하지 않고 약을 처방했다면 불법행위를 한 것이므로 처벌이 불가피 합니다.
마약류의 처방, '필요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