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조 한민족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7월 23일 오전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해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피랍자들의 석방 후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엄두영
사상 초유의 피랍사태가 벌어진 시점 이후부터 많은 국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냉소를 넘어 탈레반을 응원하거나 자극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전 세계에 배포했고, 일부 네티즌은 도를 넘은 악플을 달다가 피랍자 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였으며, 피랍자들의 입국장에서는 한 시민이 피랍자들에게 계란 투척을 시도하는 등 많은 사건과 사고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에서 피랍 사건이 종결된 후 계속된 해외 위험지역 선교의지를 보이고, 피랍자들이 속해있는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가 정부가 청구한 구상권에 대한 대응자료 만드는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국민들은 개신교 자체에 대한 비난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요?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자신과 국가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인질들의 납치가 국가가 인질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고,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도 탈레반에 같이 인질이 된 듯한 느낌을 가져 온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국민들이 피랍자들에게 보이는 비판적 반응은 그들에 대한 애증의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피랍자들과 같은 종교를 믿는 개신교인들 중에도 이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또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양비론적 생각이 이번 인질 사건에 작용한 듯 하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일하게 비난하는 심리가 냉소적인 국민들 반응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택시 강도의 예를 든다면, 택시 강도와 피해자는 엄연히 다르게 취급받아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은 택시 강도를 당한 사람이 위험해 보이는 택시를 탄 것에 대해 양비론적으로 함께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냉소적인 국민들의 반응에 대해 "국민성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즉 냉소적인 것이 단순한 비난이 아니고 이성적으로 비판적인 것이라면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허 교수는 "과거에는 국민의 정서가 지나치게 정서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우리의 문화가 감성적 문화에서 이성적 문화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으로 우리 사회가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반응"이라고 피랍자들에 대한 비판을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