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지대이형덕
그곳을 지나면서 평원은 점차 바위들이 많은 구릉지대로 들어섰다. 제법 습기가 많은 바위산에는 청회색의 지피식물들이 잔잔히 깔려 있었다. 돌마님의 말로는 허브류의 식물들이라 했다. 파셀리처럼 생긴 풀에서는 독특한 향이 났다. 차에서 내려 걷자면 온통 땅에서 향기가 났다. 향기로 가득 찬 땅.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는가.
집안에서 반대하는 세 사람의 남자를 사랑하는 세 여인이 변하여 되었다는 '세 여인의 산'이 멀리서 바라보였다. 사랑이나 어머니에 관한 지명설화들이 유난히 많다는 돌마님의 설명이었다.
차는 해발 2500미터의 고원지대를 달렸다. 멀리서 높게 보이던 산들이 바로 곁에서 부드러운 융단을 덮은 듯, 연두색의 능선을 이어나갔다. 하늘 호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 초원은 곁에 있었다. 이곳에서 밤을 지새운다면 별들은 거의 손에 와 잡힐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소들이 산능선을 넘어 워낭을 울리며 나타날 듯했다. 양치기 목동은 여름내 이 산에서 머물다가 가을과 함께 마을로 내려갈 것이다. 고원지대에는 물도 흔하고, 풀도 푸르렀지만 가축이나 게르를 만날 수 없었다. 외로움이 아름다운 것일까, 아름다움이 외로운 것일까.
막막한 고원길을 지나자니, 돌마님이 몽골에서는 외로움을 말할 때, "먼지도, 구름도, 새도 없는 곳"이라는 비유를 쓴다고 했다. 먼지도 없는 곳의 외로움. 고원을 달리며 만난 외로움이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