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가는 길이형덕
11명의 지인들과 동행한 이번 여행의 주요 노정은 고비였다. 몽골말로 '모래사막', '황무지'라는 뜻의 '고비'라는 말을 입으로 중얼거리기만 해도 눈앞에 막막한 사막과 울부짖는 모래 바람 소리가 귀에 쟁쟁하였다. 가뜩이나 뜨거운 여름에 볼 것도 없는 사막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맥없는 짓 같지만, 지나치게 많은 볼거리와 번다함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이런 황막한 사막을 낙타처럼 걷고 싶다는 욕망이 여름별처럼 깃드나 보다.
여행의 안내는 국립 울란바타르 대학의 한국학 교수인 돌마 님이 맡아 주었다. 한국어에 능숙할뿐더러 문학과 우리네 민속에 관해 조예가 깊은 돌마 님은 주로 한국 작가들의 여행안내에 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몽골의 전체 인구는 약 270만명인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붉은 영웅'이라는 뜻을 지닌 수도 울란바타르에 살고 있다고 한다. 8월 2일 울란타바트에 도착하여 생수를 비롯하여 여행 중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고, 시내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벌써 고비에 가 있었다.
8월 3일, 날이 밝기 무섭게 서둘러 울란바타르 시내를 떠났다. 6일간 고비 사막을 달릴 차는 6인승 랜드크루저와 DELICA라는 8인승 승합차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일제차였는데 고비를 갈 때는 반드시 구난용으로 4륜 지프형 차를 대오에 섞어야 한다고 한다. 여름철에 사막에서 집중호우를 만나면 금세 호수가 되고 길이 패여 끊기게 된다는 것이다. 모래뿐인 사막에 비가 오는 대로 스며들 듯한데 해일처럼 물이 밀려온다니 참 알다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