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후손김향미 & 양학용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적은 글도 있군요!"
"그럼! 다녀갔지!… 근데, 사실은, 그거 내가 쓴 거야. 기념으로 한 자 쓰시라고 부탁했더니, 제자인가가 '우리 선생님께서는 붓과 벼루가 없으면 글씨를 쓰지 않습니다.' 이러더라고. 그래서 그치들 가자말자 내가 대신 써버렸지. 뭐 잘못됐어?"
벌써 얼굴이 불콰해진 남 사장님, 목소리 톤이 좀 커졌다.
"내가 이래보여도 옛날에는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고. 할레루야 팀이라고 알어? 근데 자네 나이가 몇이라고? 뭐, 서른 몇? 으응. 그래. 자네 정도는 알겠군. 그 땐, 최고의 프로팀이었어. 그럼 뭐해. 감독이 날 한 번도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거야. 왜? 돈을 안 찔러주니까. 나쁜 놈들. 한국 축구의 문제가 뭔지 알어? 바로 그거야. 내 더러워서 한국을 뜨기로 했지. 나, 남승학이, 떠나는 날 공항 로비에다가 오줌 싸버리고 왔다고. '내 다시는 이놈의 땅에 안돌아온다' 그런 마음으로 비행길 탔다니까!"
"그러면 그 때부터 귀국하지 않고 페루에 사신 건가요?"
"아니, 처음에는 몇 달 남미를 여행했지. 그러다가 파라과이에 정착했잖어. 그날 이후 내 안 해본 일이 없어. 심지어 붕어빵 있지? 그 기계를 한국에서 들여와 돈 좀 벌기도 했지. 나도 한 때는 돈 꽤 벌었었어. 그 놈의 엘도라도만 아니었어도…."
"엘도라도라구요?"
"그래, 엘도라도 몰라? 황금! 사금 캐겠다고 포크 레인 몇 대 사고 그랬어. 몇 년을 미쳐서 돌아다녔지. 자넨 모르지? 여기 쿠스코에도 집집마다 금 덩어리 하나씩 다 있어. 저 주방 아줌마도 집에 큼직한 거 하나 숨기고 있어."
"정말이에요?"
"다 부질 없는 짓이지. 그런데 자넨 한국에서 뭐 했나?"
"아 예, 저는 민주노총에서 일했구요, 아내는 사회당이라고 작은 진보정당에서 일했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구만. 참, 민주노총 부위원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비리로 구속됐다고 난리던데, 그 사람 아나? 그런 일 하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그건 그렇고, 돌아가서는 뭐 할 건가? 만약에 정치하실 거면 우리 같은 사람들,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 잊지 말라고. 여기 나와 있는 사람들? 다 애국자야. 메이드인코리아, 그 거만 붙어있으면 가격 따윈 보지도 않고 그거 집는 사람들이야!"
"예에. 정치는 모르겠고, 저희가 책을 내면 꼭 쓰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국적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페루 시민권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페루? 이 따위 나라 국민해서 뭐 할라고! …사실, 난 이상한 놈이 되어버린 거지. 한국 놈도 아니고 페루 놈도 아닌… 잡종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