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김향미 & 양학용
그는 친구 한 명을 불러내 꼰띠나(contina)라고 부르는 전통 바로 데리고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확 끼쳐왔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빈틈없이 차 있고, TV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한국의 선술집처럼 서로 등짝을 맞댄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마음에 들었다.
"잘 보세요. 먼저 엄지와 검지 사이에 소금을 살짝 얹고 그 위에 레몬을 짭니다. 그리곤 한입에 '흡' 빨아 먹고는 얼른 데낄라를 마시는 거죠. 한 번 해봐요."
기에르모의 친구가 가르쳐주었다. 그때였다.
"고~~~오~~~오~~~올"
아마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해본 사람은 알지 않을까. 아나운서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 기괴한(?) 소리. 꼰띠나는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변했다. 멕시코시티 홈팀이 골을 넣은 모양이다. "우와, 우와아!" 아내와 나도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나를 부둥켜안더니 마구 흔들어댔다.
"용, 다음 주말까지 있으면 안 돼? 춤추러 가게. 멕시코에 왔으면 나이트클럽엘 꼭 가봐야지!"
축구가 끝나고 밤이 깊어갔지만 얘기는 계속됐다. 그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했다. 일자리가 없다고. 정치가 엉망이라고.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두 사람의 한숨이 자리를 데웠다. 그런데 웬일일까. 푸근했다.
'사람 사는 것 참 비슷하구나.' 살내음이 났다.
개업한 기에르모에게 '축 개업' 시계 선물하다
다음날 기에르모의 가게로 갔다. 직업군인들을 대상으로 군복·마크·탄띠 등의 소모품을 파는데, 바로 오늘이 개업 날이었다. 아내와 나는 작고 둥근 벽시계에 '축 개업'이라고 써서 선물했다.
"한국에서는 신장개업하면 벽시계와 양초를 선물해."
"그래? 왜? 아, 아무튼 좋아. 그럼 너희들 떠나기 전에 양초도 사주고 가야겠다. 난 절반의 성공은 싫거든!"
"그럼 이제 너의 성공은 우리에게 달렸다는 걸 알아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