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의 젊음을 위해 인도에서 사 온 헤나염색을 해드렸다.김향미 & 양학용
그날 저녁, 네 명의 친구들은 홍합탕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요리 재료를 찾느라 지하 식품저장고를 뒤지다보니 온통 냉동식품뿐이었다.
"냉동 피자, 냉동 새우, 깡통 어묵…. 노인네들이 매일 냉동식품만…."
마음이 짠했다. 아내와 나는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따뜻한 요리를 해드리기로 했다.다음날 아침 일찍 얀을 재촉해서 온갖 야채·고춧가루·베트남 액젓·소고기 등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때 아닌 아내의 요리강습이 시작되었다.
"김치의 핵심은 시간이에요. 배추를 절여두고 기다리는 시간. 담근 후에 맛 들기를 기다리는 시간. 아시겠어요? 자, 절인 배추는 여기 두고 이제 소스 만들기를 해봅시다."
얀은 깨알같이 적어가며 열성이었다.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은퇴하기 전에 터널공사 전문가였는데, 서울에서 장기간 터널 공사를 한 적도 있단다. 김치와 순박한 사람들. 지금 그에게 남은 서울에 대한 기억이다.
아내는 내친 김에 불고기 강습도 했다. 이건 또 아이다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요리다.
"그리 어렵지 않죠? 가끔이라도 한 번씩 해 드세요. 인스턴트 냉동식품만 드시지 말구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부부가 맞벌이하고 핵가족이 되다보니, 간편한 요리에만 익숙해진 거지."
불고기 만찬 덕분에 밤늦도록 얘기가 이어졌다. 아이다는 음식문화에서 깎인 점수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노르웨이의 노인 복지와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에 대해 얄밉도록 자랑을 늘어놓았다. 부러웠다. 얀이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것이 노르웨이 사회의 핵심이지(High tax and Equal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