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악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만들어진 신>.김영사 제공
이번 책 <만들어진 신>에선 도킨스의 이론이 보다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그는 둘러 가는 법 없이 종교를 향한 직격탄을 시시때때로 쏘아댄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가난, 아동학대와 동성애자 인권유린 등은 모두 종교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서 왔다"며 신을 믿지 않거나 부정하는 무신론자들은 자부심을 가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구차하게 변명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당당히 나서야 할 일이다. 무신론은 언제나 마음의 건전한 독립성 즉, 건강한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는 악덕"이고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들은 약간만 도와주면 그 악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이렇듯 위험스런 발언이 적지 않음에도 도킨스의 저작이 종교 신봉자들의 무차별적인 비난과 위협에서 비껴날 수 있었던 건 그가 제기하는 주장이 꼼꼼하고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만들어진 신>의 한국어판 번역자인 이한음의 말을 들어보자.
"도킨스는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는 사람이다. 비판, 그것도 오랜 세월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종교에 대해 논리를 들이대면서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람이니 그럴 법도 하다. 말꼬리를 잡히지 않아야 할 테니까."
기독교·이슬람교 모두 비판 대상..."과학 너머에 종교가 있다는 건 허위"
도킨스 교수의 비판은 특정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지 부시는 신으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은 그곳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 계시를 내려주지는 않았다"는 말로 미국 기독교도의 이라크 침공을 조롱한 그는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 세계를 지배하는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성애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은 사형이었다. 산 채로 묻은 뒤 그 위에 벽을 쌓는 고상한 방법을 써서 말이다. 그 '죄'는 다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성인들 사이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진 사적인 행위임에도."
이것만이 아니다. <만들어진 신>에는 격렬한 종교적 논쟁을 야기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과학 너머에 종교가 있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은 허위다."
"신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개인적 경험은 환상이나 착각에 불과하다."
"신자가 아닌 이들 전부를 지옥에 떨어질 사람으로 비난하는 게 '이웃 사랑'인가."
"히틀러가 무신론자였다는 이야기는 종교인들이 퍼뜨린 악의적 선전이다."….
위와 같은 주장을 통해 도킨스가 궁극 이르고자 하는 지점은 '인간, 그 스스로에 대한 신뢰 획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신 앞에서 무너졌던 존엄을 되찾아 스스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것. 신에게 빼앗겼던 사랑과 연민이라는 인간 본연의 가치가 회복돼야 한다는 것 말이다.
뜨거운 종교적 논쟁을 부를 책... 판단은 독자 몫으로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이 책에 대해 기자가 '옳다 그르다' 가치 판단을 하는 건 무용하다. 대신 공신력 있는 매체의 서평 한 대목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촌평을 아래 옮긴다.
"인간 세상이 어렴풋한 초월적 존재가 만든 편하고 안락한 곳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지능과 지성을 갖춘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기쁨을 얻을 것이다."
- <헤럴드 트리뷴>
"무신론자부터 수도사에 이르기까지 21세기를 사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중요한 과학서이자 위대한 문학작품이다."
-스티븐 와인버그
덧붙여 하나 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한국인 23명(이중 2명은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억류'라는 지금의 비극적 상황이 종교간 '신념 충돌'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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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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