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에스살람과 므완자, 키고마를 오가는 중앙선 철도역.김성호
항구에서 잔지바르 행 표를 예매한 나는 걸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오다 현지 식당에 들어갔다. 오후 4시쯤의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후덥지근한 오후인데도 마침 토요일 주말이어서인지 선술집 같은 식당에는 현지인들로 꽉 차 있었다. 맥주를 마시거나 가벼운 놀이를 하면서 쉬는 사람이 많았다.
식당은 손님 연령대에 따라 3개의 장소로 나눠져 있었다. 길가의 바깥에는 햇볕가리개와 식탁, 의자가 배치되어 가벼운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었고, 지붕이 덮인 가운데 공간은 포켓볼놀이를 하는 장소였고, 제일 안쪽은 음식을 먹는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길가의 식탁에는 50대 이상의 나이든 사람들이 2~3명씩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약간 어두운 조명에 술 마시는 바와 포켓볼 당구대가 설치된 가운데 공간에서는 멋을 낸 20대의 젊은 여자 2명이 비슷한 또래의 남자 2명과 포켓볼을 치고 있었다.
여자들은 스트레이트파마에 갈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큰 귀걸이에 가죽 바지를 입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옷차림이다. 포켓볼을 치다가 잘 맞지 않으면 두 손을 쥐기도 하고 한 손을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치는 몸동작도 유난히 크다. 다른 여자는 한 손에 맥주를 들고 또 다른 손에는 당구공을 치는 막대인 큐를 들고 있다.
제일 안쪽의 식당은 3,40대의 연령층이 주로 모여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따분한 주말 오후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조용히 신문을 읽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식탁에는 4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세렝게티 라거’ 상표의 맥주를 마시며 토요일 오후의 기나긴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귀퉁이의 약간 어두운 식탁에는 3명의 남자가 앉아 유난히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둥근 얼굴과 대머리처럼 깍은 삭발머리, 과묵한 사람 3명이다. 말하는 것으로 보아 격의 없는 친한 친구사이였다.
얼굴이 둥근 사람이 가운데 앉아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둥근 얼굴은 삭발머리가 식탁 위에 있던 신문을 보려고 하자 뺏어서 옆의 빈 의자로 던진다. 혼자 신문을 보지 말고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둥근 얼굴은 30대 중반의 여자 종업원이 지나가자 손가락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그런데 여자는 둥근 얼굴이 아니라 건너편의 과묵한 남자에게 눈짓을 보낸다. 과묵한 남자는 둥근 얼굴과 삭발머리의 이야기에 가끔 미소로만 화답을 해주고 있었다.
눈짓을 보내던 여자 종업원이 의자를 가져와 둥근 얼굴과 과묵한 남자의 사이에 앉는다. 둥근 얼굴은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얘기하면서 은근슬쩍 여자 종업원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는데, 여자도 이를 뿌리치지 않는다.
또 다른 30대 초반의 여자 종업원이 음식을 나르다 삭발머리의 머리 부분을 귀엽다는 듯 두세 차례 쓰다듬다 손바닥으로 대머리를 내리친다. 애정의 표현이니, 삭발머리가 싫어할 리가 없다. 잠시 뒤 다시 삭발머리 옆을 지나던 그 여자 종업원은 이번에는 아예 그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노골적으로 '작업'을 건다. 삭발머리는 무덤덤하다.
둥근 얼굴과 30대 중반의 여자는 맥주를 한 병 씩 더 시키더니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크게 웃는다. 토요일 오후 항구 도시의 뒷골목에 있는 식당에 비치는 일상의 한 단면이다. 자유로운 항구도시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탄자니아 사람들이 신문을 많이 읽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