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름 한기연 연합회장.오마이뉴스 선대식
- 한기연은 어떤 곳인가?
"한기연은 서울대·경희대·이화여대·숙명여대·서울여대·고려대 등 6개 학교의 기독교 동아리 연합회다. 회원은 총 50명이고, 오늘은 20명 정도 왔다.
한기연은 공동체의 마음과 세상과의 만남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2005년 하이텍 노동자들과 연대했고, 작년엔 평택에 다녀왔다. 학생운동에 관심을 갖는 기독교 동아리로는 우리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 '이랜드 사태'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홈에버·뉴코아 노동자들의 모습이 뉴스에 많이 나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6월말 수련회가 끝난 후, 7월부터 홈에버 월드컵몰점에 이틀에 한번씩 나갔다. 그곳에서 노래 부르고 발언을 한다. 한번씩 목사님도 섭외해서 기도도 드린다. 저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힘든 사람들 함께 하려 하고 있다."
- 이랜드가 기독교 기업이라 더욱 관심이 갔을 텐데.
"기독교 정신은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이랜드는)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한다면서 노동자들을 80만원에 고용해서 부려먹다가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자 해고시켰다. 이것이 기독교 정신이라 할 수 있나? 그런 것들에 항의하고 싶다."
- 기도회에서 발언 도중 눈물을 흘렸는데.
"지난 일요일(8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재로 기독교인 10만 명이 모여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었다. 불꽃이 쏘아올려졌다. 하지만 경기장 아래에서는 홈에버 월드컵몰점 노동자들이 경찰에 둘러 쌓여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해고는) 기독교 전반의 문제다. 기독교 정신을 가졌다면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독교인이 1000만명이라고 하는데, 이랜드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람이 저희밖에 없는 것 같다. 너무 죄송하다."
"박성수 사장, 노동자들과 같이 천당 가기를"
- 오늘 기도회는 어떤 마음으로 열었나?
"박성수 이랜드 사장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같이 화해하고, 대화하자고 말하고 싶다. 폭력적인 수단이나 규탄대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스스로 회개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노동자들과 같이 천당 갔으면 좋겠다."
- 기독교인이기 전에 학생이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데.
"우리가 저 분(이랜드 노동자)들처럼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는데, 아직은 학생이다 보니 거리가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매장 바닥에서 열흘째 있는 농성하는 분들은 모두 어머니들이다. 그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가슴 아파할 것이다. 실제로도 어머니가 비정규직인 가족이 많이 있다."
-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고용의 형태가 점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을 용역으로, 용역을 일용직으로 이동되고 있다. 사람이 노동의 주체가 아니라 자본이 쓰는 일회용품처럼 되는 것 같다. 저항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람이 일회용품이 되는 시대가 더 빨리 온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노동자분들을 위로해드리는 것 밖에 없다. 그분들은 현재 많이 위축되고 경직돼있다. 싸움이 길어지고 열흘 동안 매장에서 지내다보니 그렇다.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런 것들을 상담해주고 마음에 맺힌 한, 슬픔들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적은 수이기 때문에, 세상이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분들에게 같이 했던 시간들이 옳지 않은 것에 저항하고 일하는 권리를 위해서 싸웠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