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으로 대학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김성훈 상지대 총장.오마이뉴스 김도균
전 농림부 장관, 경실련 공동대표, 전직 교수에 현직 총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에게 따라붙는 이력이다. 이 화려한 이력 대신 김 총장은 자신을 '유기농 전도사'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유기농법'으로 전 이사장과의 길고 긴 다툼으로 지쳐 있던 상지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 상지대 부임시 김성훈 총장이 표방한 것은 '세방화(世方化)'와 '학생제일주의'.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세방화의 정신은 원주시와의 일교일촌 운동, 지역 농업 기반의 '친환경 식단 운영' 등을 이뤄냈다. 2004년에는 '국제유기농친환경센터'를 설립, 원주시와 상지대는 한국 '유기농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학생제일주의'는 식단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됐다.
5월 23일 인터뷰 자리에 김성훈 총장은 상지대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상지대 티셔츠 등 온몸에 '상지인'임을 증명하며 나타났다. 원주의 맑은 공기 탓일까, 땅의 기운 탓일까. 육십 가까운 주름진 얼굴 사이로 언뜻 '맑은 웃음'이 비친다. 김성훈 총장은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상지대와 원주에서 꽃핀 유기농 철학을 설파했다.
다음은 김성훈 총장과의 일문일답.
1600원 유기농 학생식당, 총장님도 매일 간다
- 학생 식당에 유기농 식단을 도입한 계기는?
"농림부 장관일 때 유기농 원년을 선포해 지금도 '유기농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학행일치'해야지. (2005년 3월 상지대에) 와서 학생들이 인터넷에 올린 거 보니까 불평의 반 이상이 음식이더라. 질이 떨어지고 맛도 없고 1600원짜리가 기본인데 불평들이 많았다. 학생제일주의 표방했으니 바로 실천하자고 했다. 3월 9일 취임식해서 4월 18일부터 모든 식당을 유기농과 친환경 식자재로 바꿨는데, 이왕이면 이 지역인 원주권, 원주권에 없는 건 강원도, 강원도에 없으면 전국, 이렇게 하자고 했다."
-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당장 문제가 생긴 게 돈이었다. 친환경 농산물로 바꾸니까 가격이 2배 가까이 들었다. 원가랑 차이 나는 건 학교에서 보조금을 대는데(상지대 학생식당은 생협이 운영한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유기농 쌀이다. 일반 쌀하고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니까.
민주관 옥상 같은 데 올라가 봐라. 우리 아이들이 넓은 데서 담소하면서 1600원짜리 밥 먹고 2500원짜리 카페 가서 커피 사먹고…. 그 된장('된장녀'를 말하는 듯) 뭐죠?(웃음) 그게 추세인데, 나도 학생들 따라 한다. 밥도 교수식당 안 가고 학생식당만 가서, 그것도 1600원짜리만 먹는다.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다 의아해 한다. 학생들이 제일 많이 먹는 기본 백반을 총장이 먹어야 질이 안 떨어질 것 아닌가. 학교 생협이 운영한다지만 수입을 내야 좋거든. 그러니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총장이 매일 먹고 잔소리해야 우리 학생들이 혜택을 볼 것 아닌가."
- 예산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유기농 식단을 고집할 건가?
"누가 뭐래도 내가 총장으로 있는 한은 계속 유기농 식자재로 할 거다. 입학식에 학부형들이 오면 '학생들이 먹을 두 식당 중 아무데나 가셔서 유기농 식사해 보십시오, 여러분 집에서 먹이는 밥과 비교해 보시고, 식당 환경·위생도 보십시오' 그런다. 요즘 유기농 식사하는 집 없지 않나? 부모님들이 좋아하지. 총장 부임한 지 2년 2개월 됐는데 육십 평생 처음으로 살이 찌고 있다. 여기서 매일 점심 저녁 먹으니까."
"한미FTA 시작되면 유기농업도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