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사원 위에 산에 올라가면 멀리 데칸고원의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 보인다.조태용
카일라스 사원을 깎아 낸 바위 위로 올라가면 멀리 데칸고원의 황량하고 끝없는 평원이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아닌 묵직한 더위가 담긴 바람이 불어온다. 사원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석공들의 땀방울이 만든 위대한 유산 앞에 짧은 삶을 살고 끝나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허망한 한순간임을 깨닫게 된다.
신전 위에는 4마리의 사자가 상이 있는데 모두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사방을 주시하고 있다. 누구든 신전을 모욕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열한 의지처럼 보인다.
엘로라에서 본 것은 그 많은 석굴들과 조각들이 아니었다
사실 엘로라에서 본 것은 그 많은 석굴들과 조각들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 엘로라에 왔지만 엘로라를 떠나면서 엘로라를 보고 느낀 점은 왠지 모를 쓸쓸함과 더위뿐이었다.
릭샤왈라는 아우랑가바드로 돌아가는 길에서 우리를 잠시 비단을 판매하는 상점에 내려주었다. 일행은 비단상점에 들어가 구경을 하는 동안 나는 밖에서 염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 아이의 조상 중 누군가는 엘로라의 불교 사원과 힌두교사원, 자인교의 사원을 만든 노동자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에 따라 융성한 종교가 다르니 그들의 조상도 시대에 따라 다른 석굴 사원을 만들었어야 할 것이다.
석굴 사원에서 인류의 행복, 또는 개인의 구복을 위해 기도했을 많은 수도승들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어린 꼬마는 염소를 몰면 하루를 마감한다. 아이는 나를 보더니 환한 웃음으로 인사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향해 다시 염소를 몰고 황량한 들판으로 돌아갔다.
나는 엘로라의 석굴 사원보다 아이의 모습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굴은 내가 죽은 이후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눈빛은 매일매일 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들이 변하지 않는 돌로 불교 사원을 지은 지 1세기도 지나지 않아 힌두교가 다시 번성한 것처럼 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오직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엘로라의 또다시 어둠이 내린다. 그나저나 22만 톤이나 깎아낸 돌들은 다 어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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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 톤이나 깎아낸 돌들은 다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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