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조태용
다시 눈을 떠보니 동이 트고 있다. 도로 옆 넓은 들에는 벼와 밀밭이 펼쳐져 있다. 농부들이 초막처럼 생긴 집에서 하나 둘 들판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야윈 몸이 아침 태양에 비춰 더욱 가늘어 보인다.
초막집들이 모여 있는 중앙에는 부자들이 사는 견고한 집들이 있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빈부 격차는 더욱 크다. 어느 나라나 부자는 있기 마련이고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다. 그들의 야윈 다리만큼 여행을 다니는 내 모습이 미안해진다.
어린시절 들에서 일을 할 때 대학생들이 자전거 타고 놀러 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들도 여행자를 곱게 보지는 않을 것 같다.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과 삶의 지친 사람들의 눈에 여행자는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을 넘어 증오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사람 떠나라"고 모 광고 카피는 말하지만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열심히 일만하게 된다. 그들에게 여행은 너무 먼 이야기다. 더구나 해외 장기 여행은 더욱 그럴 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여행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차라리 열심히 일하기를 포기하면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아우랑가바드 도착
"여보. 여기가 어디야?"
"몰라. 어디쯤 가고 있겠지."
"아우랑가바드는 아직 멀었어?"
"몇 시간 더 가야 할 걸."
"도착시간이 8시쯤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을 건넸다. 버스는 알 수 없는 도시와 들판을 가로질러 묵묵히 목적지로 향했다. 아침 공기의 선선함과 더운 태양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3월28일 저녁 7시에 한국을 떠나 비행기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다시 버스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은 움직이는 곳에서 잠을 청했다. 그래서 그런지 눈꺼풀이 무겁다.
졸린 눈을 잠시 감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했다면 빨리 내리란다. 엘로라 아잔타가 있는 아우랑가바드에 우리는 도착했다. 뜨거운 데칸 고원의 3월의 열기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전해졌다. 이제 석굴 사원에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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