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과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계약자의 이익을 반영한 생보사 상장 방안 마련을 요구해 왔다. 사진은 지난 1월 8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 기자회견.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은 많이 정비되었지만 생보사가 지금까지 사활을 걸고 주력한 것은 '증원'이다. 증원이란 새로운 보험설계사를 영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 생보사 당 매월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 보험설계사를 시작한다. 매달 이렇게 늘어난다면 전 국민의 보험설계사 전환이 십년이면 충분할 듯 하다. 그럼에도 보험설계사의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고, 현재는 생보사 자체에서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해 점차 줄이는 노력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동안 보험설계사라고 생보사에 들어와 한두 달, 서너 달 정도 주위의 친지들에게 보험을 가입시키고 더 이상 연고영업이 어려워지면 그만두었다는 것이고(그만두면 기모집한 계약의 수당 역시 감액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수많은 설계사나 그 친지들의 어쩔 수 없는 희생(?)이 현 보험회사의 성장에 일조를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업소장이나 보험설계사들의 노조결성에 대해서 생보사들은 필사적으로 막았고, 정부 역시 '영업소장은 사업자 측이고, 보험설계사는 계약직이다'라는 유권해석으로 생보사 편을 들어주었다. 연봉 몇억이니 하는 보험설계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생보사가 성장한 데에는 영업소장이나 보험설계사들의 '희생 아닌 희생'이오, 생보사 측에서는 '착취 아닌 착취' 덕분이라는 점에서는 생보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불특정 다수 계약자의 희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보험제도 특성상 해약을 하게 되면 납입한 보험료도 환급받지 못한다. 물론 생보사 측에서는 미환급분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보험설계사의 수당 등 사업비로서 지출되었다고 하지만 사업비 역시 생보사의 운영경비임에는 분명하니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기존 계약자, 또한 오래된 계약자뿐 아니라 보험에 가입했던 불특정 다수 국민들의 어쩔 수 없는 희생 역시 현 생보사의 성장 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보사 전체 총자산액이 2006년 3월 말 현재 243조원에 달하고 운용자산만 해도 188조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상장이 거론되고 있는 빅3 생보사(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의 총자산합계액이 180조원를 넘어 전체에서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생보사가 설립된 지 가장 오래된 회사이고, 정부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회사들이란 점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생보사에 당기순이익이 없는 까닭
일반주식회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치는 당기순이익이다. 이익을 얼마나 거두었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가치를 좌우한다. 회계연도를 매년 4월 1일부터 다음해 3월 31일까지로 하는 생보사들은 2006년 3월 말 현재 생보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2조원(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달했지만 2005 회계연도(2005.4.1-2006.3.31)의 당기순이익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당기순이익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수 없는 생보 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보험은 철저하게 확률에 의거한 제도이다. 확률은 경우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예상과 더 근접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확률에 근거하여 보험금과 보험료를 결정하게 된다. 즉 우리가 납입하는 보험료는 보험기간 동안 발생할 사고율이나 사망률 등 예정률에 근거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에 맞추어 결정하게 된다. 예정률을 정하고 그에 따른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험에서 사용되는 예정률에는 세 가지가 있다.
나이에 따른 사망률이나 사고율 등의 예정위험률, 계약자들이 납입할 보험료를 투자하여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정이율, 그리고 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유지, 관리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정사업비율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보험제도의 생래적인 특성으로 인해 예정한 것과 실제 발생한 것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후에 반드시 정산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간혹 보험회사의 결산기 후에 계약자 배당이라고 지급되는 것이 바로 이것인데 여기에도 예정사망률(위험률)과 실제사망률 차이에 의한 사차배당, 예정이율과 실제운용이율과의 차이에 의한 이차배당,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이에 의한 비차배당 등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배당이 있다.
하지만 보험에서의 배당이란 부분은 주식회사의 주주가 받는 배당과는 그 성격에 있어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에서의 배당은 예정한 것과 실제 발생한 것의 차이로 인한 정산의 성격이고, 계약자 측에서 보면 실제 사용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예정보험료를 납입했기 때문에 그 차액을 환급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익을 내려는 생보사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량한 피보험자 집단을 선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자산의 운용을 잘하지 못하면, 그리고 사업비를 낭비한다면 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예정률이란 것이 언뜻 생각하면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자료나 통계를 예정률로 선택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합리적으로 조정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예컨대 최근 들어서는 예정사망률로 사용한 제4회 경험생명표에서 제5회 경험생명표로 변경되면서 기존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료 인하 등이 이루어졌지만 90년대 말까지도 경험생명표 변동으로 인한 기존 계약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이것 역시 부당이득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렇듯 예정률은 보험계약이 장기임에 비추어 매우 안정적으로 산정되고 대부분 차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차익이 보험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계약자가 실제 내야 할 보험료보다 더 많이 납입한 보험료를 환급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생보사 주주총회에서 배당액과 배당률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산재평가차익은 계약자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