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오마이뉴스 김종철
한미FTA 문제나 재미교포의 총기난사 사건 등 여러 국사를 처리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그런데 제 마음 구석 한편을 짓누르는 일이 하나 있어 어쩔 수 없이 대통령께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생명보험회사 상장'과 관련된 일인데, 지난 18년간 논의되어 왔던 바로 이 문제가 이번 주 금요일(27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듭지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이른 새벽녘 책상 앞에 앉아 간절한 마음으로 대통령께 감히 이 글을 올립니다.
지난 18년간 끌어왔던 국내 생보사의 상장은 세계 7위의 보험대국에 걸맞지 않는 빈약한 자본력을 확충하고 생보사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마땅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난 50여년간 생보사 성장에 기여했던 보험계약자의 공헌이 부인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보험계약을 가입할 때는 '왕'처럼 대접받다가 막상 보험금 지급이나 이익배분 문제가 야기될 때는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봉' 취급당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갑자기 뒤집힌 상장자문위의 결론
돌이켜보면 생보사 상장시 주주와 계약자간의 이익배분 상충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모두 3차례에 걸쳐 각기 다른 상장자문위가 구성되어 상장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먼저 금융감독원 내에 설치·운영된 1차(1999년) 상장자문위의 결론은 과거 생보사들이 보험계약자에게 배분해야할 배당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거나 또는 충분하게 지급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보험계약자들이 경영위험을 공유해왔음을 적시하면서 계약자에게 상장이익을 배분하라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으나, 당시 신임(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유야무야되고 말았습니다.
참여정부 초기에 금감위 내에 설치·운영된 2차(2003년) 상장자문위도 계약자 배당의 불충분성과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 타당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으나, 당시 해당 생보사인 삼성생명 등의 강력한 반발로 역시 무산되었습니다. 하기야 아무리 주인일지언정 말을 물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참여정부 후반기(2006)에 증권선물거래소에 설치·운영된 제3차 상장 자문위의 활동과정에서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했습니다.
우선 2003년과 동일한 위원장(KDI 나동민 박사)이 작업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적 양심을 외면한 채 노벨상 운운해 가며 180도 다른 결론(계약자배당은 충분했고 계약자는 경영위험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상장차익을 배분할 필요가 전혀 없다)을 도출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분석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보험이나 금융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이는 과거의 결론을 뒤집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된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국회 정무위 및 재경위 국회의원,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서 결론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위해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와 가정을 공개하라고 누누이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자문위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컨설팅업체(틸링하스트)로부터 이미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결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자료를 공개할 수도, 또 그럴 필요조차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결론 뒤집은 새로운 분석기법, 왜 공개 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