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벙은 아버지와 나,그리고 아이들이 미래에서 기억하게 될 과거가 있다송성영
둠벙 앞에 세워 놓은 대나무 비닐하우스가 일 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찢겨져 나갔습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정신 나간 여자의 치맛자락처럼 사납게 펄럭거렸습니다. 얇은 비닐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닐하우스 중간 중간에 부러진 뼈처럼 툭 툭 터져 나온 대나무 탓이 컸습니다.
작년 이맘때 한창 대나무 하우스를 짓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그랬습니다.
"고거 일 년두 못 갈 틴디…."
시대를 거꾸로 살아가는 내 꼬락서니를 지켜보다 못해 혀를 찼던 동네 어르신들은 진즉에 알아먹었던 것입니다. 철재 하우스를 만들면 해마다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사서 그 짓거리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철재 하우스는 최소 기백만 원의 비용을 요구하지만 대나무 하우스는 2만 몇 천 원짜리 비닐만 구입하면 됩니다. 농협 이자가 싸든지 말든지 빚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산비탈 밭 옆에는 작은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한 해만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쑥쑥 솟아납니다. 그 대나무를 이용하면 됩니다.
철재 비닐하우스를 만들 여유도 단 한 평의 땅도 없지만 단 한 푼의 빚도 없습니다. 그렇게 뱃속 편하게 남들이 혀를 차든 말든 세월아 내월아 갈라터지고 쪼개진 대나무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낭창낭창한 대나무로 새롭게 잇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이웃사촌들의 도움을 받아 공룡뼈처럼 앙상한 세워진 대나무에 새 살을 입혔습니다. 비닐을 씌워 놓으니 금세 새 집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