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영
새끼 때부터 <오마이뉴스>에 줄곧 출연해 온 곰순이 녀석이 새끼를 낳았습니다.
@BRI@새끼를 낳던 날 곰순이는 예전과 다름없이 축 처진 배를 출렁거리며 평소처럼 밭에 따라왔습니다. 늘 그랬듯이 내가 밭에서 일하는 동안 녀석은 밭 옆 산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이른 오후, 새끼 밴 곰순이를 위해 생선과 쌀밥으로 만든 '특식'을 주던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인효야 인상아! 얼른 밖으로 나와 봐! 곰순이가 새끼 낳았다!"
곰순이 녀석 '분만실'에 들어가 꼼짝도 않고 두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습니다. 본래 털이 많아 추위에 강한 녀석이었기에 그동안 개집이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사랑채 옆 처마 밑이 녀석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새끼 낳을 것에 대비해 개집을 만들고 그 입구에 버려진 천으로 커튼까지 달아줬습니다. 그걸 젖히고 대충 훑어봤더니 새끼 세 마리가 낑낑거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오후 내내 개집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던 특식조차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돼서 다시 안을 들여다봤더니 두 마리였습니다. 한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시커먼 곰순이 다리를 새끼로 착각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