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치어들이 가득했던 2006년 여름 둠벙송성영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많던 붕어 치어들은 물장군(늪이나 연못 또는 하천의 고인 물에서 서식한다.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개구리 등 수생동물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잡아 체액을 빨아먹는다)들이나 장구애비(낫처럼 생긴 앞다리로 수서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서 체액을 빨아 먹는다. 체액을 빨아 먹힌 먹이는 속이 텅 빈 껍질만 남게 된다. 전갈의 모습과 함께 무시무시함을 닮아 '물속의 전갈'이라고도 불린다)에게 잡아먹혔을 것으로 보입니다. 둠벙 가득했던 올챙이들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듯이 말입니다.
만약 둠벙 안에 붕어 치어나 올챙이를 먹고 사는 물장군과 장구애비와 같은 곤충들이 없다면 둠벙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둠벙 안은 온통 붕어들로 버글거리는 ‘붕어의 둠벙’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붕어들의 천국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붕어들의 개체수가 너무 많게 되면 오히려 붕어들에게는 해가 될 것 입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붕어들은 늘어나게 될 것이고 급기야 둠벙은 붕어들의 지옥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먹이가 부족하게 될 것이고 수초들이 사라져 산소 부족으로 작은 둠벙 안에는 뚱뚱 부어오른 붕어들의 시체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둠벙은 더 이상 생명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온갖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 둠벙은 소우주입니다. 지구를 축소 시켜 놓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둠벙 안의 생물들이 그러하듯 어느 한 개체의 세력이 커지면 지구는 온전하지 못합니다. 지금 지구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세력이 너무나 커서, 욕심이 너무 많아서 지구는 온전하지 못합니다. 온난화 현상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의 작은 둠벙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온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둠벙은 예년처럼 썰매를 탈수 있을 만큼 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예 둠벙 가장자리에 썰매를 대기시켜 놓고 거의 매일 같이 찾아갔지만 둠벙은 단 한 번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겨울 방학 내내 둠벙은 우리에게 썰매를 태워주지 않고 수차례 경고음만 반복했습니다.
“짜 자장~”
둠벙의 얼음 갈라지는 소리는 자연에 함부로 다가오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음이면서 대재앙을 예고하는 온난화 현상에 대한 최후통첩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경고음을 무시하거나 아예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연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게 되면 그 소리는 잠언처럼 들려올 것이지만 자연을 쥐어짜서 좀 더 많이 먹고자 한다면 그 소리는 절대로 듣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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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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