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조여사의 월급 봉투.배지영
조여사가 낮에도 굴비를 엮고, 밤에도 굴비를 엮어서 받는 월급은 110만원에서 140만원선. 엄마는 그 돈을 쪼개신다. 봉투 하나에 10만원씩 넣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30만원을 넣어서 친척들을 뵙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조여사는 어린 시절 농사 많이 짓는 집 큰딸로 자라서인지 늘 부족한 뭔가를 느끼신다.
보통 때 조여사의 '부조' 씀씀이는 '대략 난감' 수준이다. 월급을 통째로 하거나 돈이 없으면 가불을 하거나 월급날이 당 멀었는데도 생활비 전체를 내 버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명절 때면, 이녁 월급을 갈라 넣은 봉투에다가 색다른 '화폐'까지 곁들인다.
조여사 집에는 난방을 하지 않는 방이 있다. 거기에는 선물로 들어온 사과, 배, 멸치, 새우가 있다. 그것들을 따로 몇 개의 묶음으로 만든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파지(굴비를 엮는 사람들의 전문용어, 완성품으로 내기에는 조금 모자란 굴비만 따로 묶어서 싸게 파는 굴비)를 꺼낸다.
조여사는 봉투를 안 해도 되는 외삼촌과 이모, 그리고 우리 자매한테는 군더더기 없는 '화폐'를 주신다. 예전에 엄마 조여사가 살던 아파트 옆 공터에 텃밭을 가꿀 때에는 배추나 무를 이용하셨다. 우리 집 현관문이 열리면, 딸네 집에 다니러 온 엄마보다 커다란 상자에 담긴 배추나 무가 먼저 들어왔다. 농사 실력이 좋아졌는지, 종자가 커졌는지, 조여사 무는 갈수록 커졌다.
조여사가 우리에게 주는 화폐 '파지 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