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꾸는 텃밭배지영
장정 같던 엄마는 앓으면서도 이녁이 굴비 엮는 사람이 됐다는 게 신기했다고 하셨다. 엄마는 '알바'로 굴비를 엮으면 한 두름에 300원을 받는다. 1시간에 보통 30두름을 엮으니까 시간당 9천원을 받는데 그 돈이 오지게 기쁘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가 '붓으로 먹게 살게' 가르쳐 놔서 엄마보다 대여섯 배쯤 번다. 그래도 밥벌이 하는 게 괴로울 때가 많다.
"조여사, 돈 벌어갖고 뭐 할라요?"
"땅 달린 집을 사야제라우. 꽃나무도 심고, 채전거리를 심어야제라우. 내 새끼들, 내 막둥이 동생들, 느그 광환이 삼촌까지 양껏 김치를 담어 줄란디?"
한때 엄마는 자식들이 이녁을 부끄러워할까봐 저어하셨다. 동생 지현이가 원자력 발전소에 다닐 때 엄마는 일용직 잡부셨다. 15년 전이어서 엄마 나이가 40대 초중반이었겠다. 그 때 엄마는 회사 제복을 입은 지현이가 커피 마시러 가는 길, 밥 먹으러 가는 길을 피해 다니셨다. 먼발치에서만 보고서는 집에 와서야 "오늘 내 시째(동생 지현의 어릴 때 이름) 봤네이" 하셨다.
나는 학교 다닐 적에 길에서 엄마를 마주치면, 엄마 짐도 들고, 엄마 곁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런데 혼인해서 아기를 낳고난 뒤에 엄마를 미워한 적 있다. 남 때문에 집을 잃고도, 말도 안 되는 보증을 서 주는 엄마가 무서웠다. 엄마가 군산에 온다고 하시면 일 때문에 바쁘다고만 했다. 되돌아보면, 서른 살 넘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참으로 '쪽 팔리는' 행동이었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써 보거나 만져보지도 않은 돈을, 백만원이나 천만원하고는 규모가 다른 돈을, 벌써 몇 년째 갚고 있다. 그러고도 "사흘만 쓰고 갚을게"라고 말하는 선배한테 낚여서 못 받는 돈도 있다. 잘난 척 하고 살지만 나도 엄마 닮았다.
덧붙이는 글 | 4월 7일과 8일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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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5만원에 천하를 얻은 것 같다는 '우리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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