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에 만연하는 얼나이현상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이송궈 교수.모종혁
홍콩 남성들의 새로운 얼나이촌, 시아샤
취재진이 처음 찾은 뤄후 출입국센터에는 묘령의 여성들이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가족들이나 비슷한 또래의 남성들을 마중 나왔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홍콩에서 넘어오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성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과거 교통이 불편하고 먹고 놀고 잘 곳이 라오제에 집중했을 때 홍콩인 라오공과 그의 얼나이들은 후베이촌에 집중적으로 몰려 살았다. 그 양상이 달라져 지금 선전에는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과 버스, 쉽게 잡아 탈 수 있는 택시들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답게 선전은 거대하고 편리한 메트로폴리스가 되었고 시내 곳곳에 먹고 놀고 잘 곳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홍콩인들의 얼나이촌은 사라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선전 토박이인 중국인 지인이 알려준 푸텐(福田)구 시아샤(下沙)에는 아직도 홍콩인 남성들의 해방구가 존재하고 있다.
식당, 상점, 술집, 카페, 노래방, 미용실, 퇴폐안마소, 매매춘업소, 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주상복합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시아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중국 각지에서 온 젊은 여성들과 또 하나는 홍콩 남성들이다.
낮밤과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시아샤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홍콩인들이 젊은 여성들 옆에 끼고 거리를 거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식당 안에서 뜨거운 눈길을 나누며 식사하는 나이든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들을 접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뤄후와 시아샤를 오가는 총알택시를 운전하는 왕아무개는 "시아샤는 해변에 인접해 있어 선전에서 홍콩의 핸드폰 신호가 잡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아침에 홍콩 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다고 본 부인을 속인 뒤 시아샤로 와서 자신의 얼나이와 즐긴 뒤 저녁에 홍콩으로 돌아가는 남성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왕은 "여기는 먹고 놀고 잘 수 있는 원샷 시스템이 완비한데다 여성 혼자 살 수 있는 아파트도 싼 값에 쉽게 임대할 수 있어 홍콩인들이 선호하게 됐고 신흥 얼나이촌이 형성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