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삭감 '계도지 예산' 다시 부활

대전 서구의회, 직원 증원하려다 '망신'사기도

등록 2006.12.15 20:49수정 2006.12.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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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전 서구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15일, 대전 서구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 서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구우회)가 계도지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나 결국 절반이 다시 살아났다.

대전 서구의회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수정한 예산안에 따라 통장에게 무료로 보내주는 일명 계도지 구입비(주민홍보용신문 구독료) 4648만원을 승인했다.

@BRI@이에 앞서 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일 심의를 통해 행정자치위원회가 전액 삭감(9288만원, 774부)한 계도지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부활시켰다.

행정자치위원회 한진걸 의원 등 6명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부활된 해당 계도지 예산의 삭감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동료 의원들의 반발하자 자진 철회했다.

한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내년 6월까지만 인정하고 이후에는 전면 철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결국 반액만을 삭감하는데 그쳤지만 해당 금액 이상의 계도지는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기산 청장 "왜 길이 아닌 길 가려 하나?"

반면 서구의원들은 법적 근거 없이 의회 전문위원을 증원(6급 상당, 인건비 5600만원)하려다 가기산 서구청장이 부동의하자 자체 감액하기도 했다.

가 청장은 부동의 이유에 대해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고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합리적 근거와 합당한 논의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예산 과목을 새로 만들어 인원 증원을 요구한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 청장은 이어 "길이 아닌 길을 가려하는 데 이를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며 "공직생활 중 유례없는 답변을 하게 돼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가 청장이 부동의하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나, 삭감한 예산을 일단 예비비로 돌려 놓고 예산결산측위에서 다시 다루기로 결정해 재논의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의원들은 또 당초 300여 만원이 편성돼 있던 의원 국내 출장여비를 2300만원으로 늘려 통과시켰다.


대전충남민언련 관계자는 "서구의회가 해당 상임위원회가 전액 삭감한 계도지 예산을 다시 살려내고 근거없이 전문위원을 늘리거나 의원 출장여비를 증액한 것은 이기적 의정활동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툭'하면 정회..'밀실 의회'로 가나

▲ 정회선포후 간담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텅빈 본회의장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 서구의회의 이날 본회의는 오전 10시에 개회해 오후 5시 반께 폐회했다. 약 7시간 30분에 달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정작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인 의정 활동을 펼친 것은 1시간 여에 불과하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의안이 나올 때마다 정회를 선포하고 '밀실 간담회'를 통한 결론 도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서구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개회 후 40여분간 의안을 다룬 후 돌연 정회를 선포했다. '의정발전 유공자 시상식' 참여와 점심 식사를 위해서다.

의원들은 오후 2시 회의를 속개했으나 회의를 시작한 후 10분 만에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이번에는 예산결산특위가 부활시킨 계도지 예산 등에 대한 수정안이 상정된 데 대해 의원들 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의원들은 간담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철저한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관계 공무원은 물론 취재기자들의 출입까지 제한한 것.

이 들은 오후 3시 10분 경 회의를 속개했다. 하지만 약 5분 후 간담회를 한다며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이어 오후 3시 50분께 본회의장에 다시 모여 회의를 시작했지만 5분 후께 또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가기산 서구청장이 의회 전문의원 증원 요구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부동의' 의사를 밝히자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

이들은 오랜 비공개 논의후 5시 15분께 회의를 속개한 뒤 15분여 후 이날 회의를 폐회했다. 이 때문에 방청객들은 이날 의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회의장을 지켜보던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사안이 생길때마다 회의를 중단하고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은 '밀실의정'과 다를 게 없다"며 "주민들도 의원들이 공개적인 토론과 논의과정을 지켜보길 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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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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