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큰 정종병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콩다발에서는 허연 먼지가 일었다. 먼지사이로 백발의 할아버지 머리가 흔들린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불러도 대답이 없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다시 한번 불렀다. "할아버지. 콩타작하시네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 속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생면부지인 나를 "왔는가" 라며 반긴다. 웃는 모습이 그대로 바다다. 검은 눈동자마저 하얗게 변해버린 할아버지는 곁에 앉아 있는 나를 쳐다보며 말문을 여신다. 말끝마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있다. 어디서 왔느냐 무얼 하러 왔느냐는 질문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세월의 흔적이 밭고랑처럼 패어 있는 주름진 얼굴 속에는 할아버지의 삶이 들어 있었다. "자식들 주려고, 할멈이 20년 전에 갔어." "잘 살아라 그랬지. 뭐," 묻지도 않는 말을 하신다. 할아버지 63세에 할머니를 보내고 여지껏 혼자서 사신 모양이다. 콩다발을 무릎 앞에 놓고 병으로 몇 차례 두들기더니 콩깍지를 만지작거린다. 이제 됐나, 남아 있는 것들이 있나 확인하신다. 콩깍지를 손바닥에 놓고 다른 손으로 문지르며 확인하는 모습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지 않다. 옛날이야기를 끝도 없이 해주신다. 그냥 사진만 찍고 가려던 길을 멈추고 한참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콩타작을 하시면서 내게 하신 말씀 중 알아 들 수 있는 이야기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흥겹게 이야기하신다. 가슴이 저며 온다. 이번 추석에 자식들에게 그 콩을 주셨을까. 큰사진보기 ▲김준 큰사진보기 ▲김준 큰사진보기 ▲김준 큰사진보기 ▲김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김준 (mountkj) 내방 구독하기 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소금창고 옆 화장실용 슬리퍼도 따로 있어요" 구독하기 연재 김준의 <바다에서 바다를 보다> 다음글149화하늘이 내려준 명품 '소금' 현재글148화추석에 자식들은 다녀갔을까 이전글147화강구항 골목은 대개가 '원조대게' 추천 연재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은아의 낭만도시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와글와글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SNS 인기콘텐츠 용기 낸 하니의 '눈물', SNL은 꼭 그래야 했나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주술사'부터 '서류뭉치'까지... '명태균 게이트' 입 연 제보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마트에서 과자 사는 일, 누구에겐 당연하지 않습니다 '주술사'부터 '서류뭉치'까지... '명태균 게이트' 입 연 제보자 AD AD AD 인기기사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추석에 자식들은 다녀갔을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50화멍텅구리배를 기억하나요? 149화하늘이 내려준 명품 '소금' 148화추석에 자식들은 다녀갔을까 147화강구항 골목은 대개가 '원조대게' 146화'바람구미' 갯벌, 고향 어머니를 닮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