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윤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주로 청각을 사용하지만, 추억은 장면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래도 그렇다. 멜로디보다는 노래와 얽힌 사연과 상황이 먼저 생각나거나 아니면 동시에 떠오른다.
중학생이 된 오빠가 가창 시험에 대비해 '어제 온 고깃배가'로 시작하는 노래를 60분짜리 공테이프에 녹음하고 듣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던 어느 햇살 좋은 일요일. 동생과 따뜻한 방바닥에 담요를 덮고 앉아서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서로 음정과 박자가 틀렸다며 티격태격 부르던 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터앉아 <개구리 소년 왕눈이> 주제곡으로 피리 연습하던 일.
유행가에 익숙하지 않던 내게 선명하게 각인된 대중가요가 있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다.
초등학교 4학년 학급 오락시간이었다. 70명 가까운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서 앞에 선 두 친구를 주목하고 있었다. 평상시 얌전하고 조용했던 친구들이었다. 한참을 쭈뼛쭈뼛대던 두 아이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칠판을 향해 섰다. 손을 허리에 올리고 다리를 모으는 등 자세를 가다듬었다. 두 아이가 갑자기 뒤로 돌아 우리를 바라 봤다. 발을 좌우로, 오른팔을 옆으로 흔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아~ 아~ 제3한강교 밑을…" 두 손과 두 발이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때론 절도 있게 움직였다. "두루뚜루뚜 하" 하는 부분에서는 하늘을 향해 오른팔을 쭉 뻗어 올렸다. 생김새도 키도 달랐던 두 친구는 그 순간 똑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