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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대한민국에서 월드컵 이외에 아무 일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미 6월 5일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사건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월드컵을 틈타 벌어지는 거대 협상에 대해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우선 협상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두 정부의 입장차가 있었다는 소식은 들려온다. 그러나 정확히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조차 접하지 못했던 일반 시민들로서는 어떻게 돌아가는 통속인지 몰라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행정부가 이처럼 꽁꽁 걸어 잠근 행정을 진행하고 있을 때 제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은 바로 국회이다. 행정부의 견제자로서 국회는 지금 통상절차법 제정과 같은 '절차적 정의' 수립에 나서야 하며,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정하여 국익수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수수방관이다.

권한 있는데도 국회 역할은 전무

우리 헌법 60조 1항에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헌법정신에 따르면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행정부를 견제, 감독하여 국익을 준수하는 것은 국회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은 전무한 상태이다.

문제는 우선 현재 통상교섭 절차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통상교섭의 절차, 기구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 및 협의체제가 부재하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 사전·사후의 동의절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서, 모든 협상 권한은 외교통상부 산하의 통상교섭본부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이처럼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해왔다. 급작스런 한미FTA 추진발표부터 시작하여 부실한 경제적 영향분석, 협의없는 본 협상 개시에 등등으로 국민 여론은 양분되고 있으며, 한미FTA 추진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그동안 쌍끌이 협정, 마늘협정, 한·칠레 FTA 등에서 이미 보여주었듯이 국회는 협상 과정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 대신 비준단계에서 정치적 공박만이 있었다. 이제라도 국회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한미 FTA에 대한 수수방관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번 달에 통상절차법을 제정해야 한다

최근에 보도되고 있는 협상팀의 부분교체 문제, 한미FTA 협상내용의 비공개 합의 등은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독할 주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국회가 제 역할을 위해서는 우선 이번 6월에 통상절차법을 제정해야 한다. 동시에 정파를 초월하여 초당적 한미 FTA 특위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절차법이 제대로 제정될 경우에 협상은 제대로된 절차와 과정의 검증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선 행정부는 FTA 관련 연구 자료와 협상내용의 국회 제출 및 보고의 의무를 지게 된다. 때문에 보다 공개적으로 FTA의 실효성과 영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협상에 있어서 국가 간의 서명 전에 국회비준 동의권을 행사된다면 사후처리 승인식이었던 국회의 동의권은 훨씬 더 강력한 압박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국회에 막강한 권한이 쥐어질 때 실무협상권을 제외한 모든 사항에 대해 국회가 본연의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말 민생경제가 우선이라면 한미FTA에 나서라

한미 FTA가 합리적인 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균형과 견제가 요구된다. 그동안 정치권은 FTA를 정략적 선거도구로 이용해 왔다. 반면 국회 역할을 보장하는 통상절차법의 처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시장의 경계를 두고 벌이는 협상인 FTA는 거시경제는 물론 우리 민생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이 언제나 말하듯 민생경제를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한미FT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월드컵 원정 첫 승에 대해 정치권이 오래간만에 한 목소리를 내서 축하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제는 자신들의 본분인 국가의 정책 문제에 대해서도 큰 목소리를 낼 때가 왔다.

덧붙이는 글 | 경실련 경제정책국 간사입니다. 경실련, 다음 블로그에도 동시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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