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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정도까지 뛰어오르는 집값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오류를 줄기차게 지적을 해왔던 경실련에도 시민들의 전화와 언론사들의 인터뷰 문의가 많이 옵니다.

바꿀 수 있다는 신념과 바꾸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했습니다만,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저역시도 맥빠지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오늘 경실련 게시판에 오른 한 시민의 사연을 보고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제목은 '김헌동 님(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의 분투에 경의를 표하며, 투기꾼을 위한 이 나라를 떠납니다' 였습니다. 그 분의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15년 직장생활 하여 사치스러운 사생활 안 하며 2억 모은 시민입니다. 전재산 2억으로 그동안 정부 말만 믿고, 기다려오다가, 분양받으려 하니 서울은 힘들고 수도권도 빠듯하던군요.

가급적 대출 없이 집을 사려고, 수많은 고통을 감수하며, 남들 다하는 여행 한번 안가보고 그야말로 피눈물 나게 모은 돈이건만 도저히 집값 상승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더이상 이 나라에서는 살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하여 그 돈으로 차라리 이민을 가려합니다.

거품붕괴는 시간문제인 것을 확신하지만, 그 후폭풍까지 생각하면 도저히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고군분투하시는 김헌동 본부장님의 노력을 보면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분이 건교부장관이였다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가증스러운 강남에 많이 모여 사는 집값 올라도 아무 상관없는 돈 많은 정부관계자들과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허접한 무리들 속에서 고생하시는 모습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마 이 분의 사연에 많은 분들이 동감을 표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젠 분노하기도 지쳤을 뿐만 아니라,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드는 때도 많으니까요. 그분은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마치시더군요.

"목동 33평 아파트가 13억하는 이 나라에서 살고계신 여러 부자님들의 행복을 빌며 이민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민이라도 갈 수 있는 이 분의 처지는 그나마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돈만 있으면 차라리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남아서 앞으로 다가올 고통이 어떤 것이건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습니다.

저도 그냥 이 나라에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무언가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힘을 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분의 글을 보니 왠지 또 마음이 좋지 않고 기운이 빠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국민들의 등을 떠밀고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영 쓸쓸한 오늘입니다. 힘을 내기 위해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요?

덧붙이는 글 | 윤은숙 기자는 경실련 경제정책국 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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